[초점] 韓 파운드리, 왜 대만 벽을 넘지 못하나?
[초점] 韓 파운드리, 왜 대만 벽을 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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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 70년대 이후 반도체 집중 육성···차세대 기술 보조금 지급
한국,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 분산···'K-칩스법' 여야 정쟁에 막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위기감 확대···구조조정·분사 가능성 제기
美·日·EU, 반도체 패권 경쟁 확대···업계 "세액공제보다 보조금 절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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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AI 시대에 시스템 반도체 리더십이 중요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TSMC와 미디어텍, U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에 막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펼친 반면 한국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인력을 철수하기로 한 가운데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4나노 공장을 당초 예정보다 빠르게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2나노 공정에 수율과 성능 문제로 최근 현지 파견 인력을 한국으로 복귀시켰다. 2나노 공정은 빠르게 개발에 성공했지만, TSMC보다 수율이나 성능 면에서 뒤쳐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1위 계획인 '비전 2030'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일단 멈춤'을 한 사이 TSMC는 리더십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주요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4나노 미세공정으로 애플의 A16 칩을 생산했다. 이 칩은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아이폰SE4에 탑재될 전망이다. 

또 TSMC는 대만 남부 가오슝에 건설하고 있는 2나노 공정 1, 2공장을 내년에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당 단지 내에 4, 5공장을 증설하고 1.4나노 공정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br>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앞서 이재용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48.1%로 1위, 삼성전자가 19.1%로 2위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 규모가 1조원대로 추산되면서 구조조정과 함께 분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과 대만의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에 대해 학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차이를 거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대만 반도체산업 분석 및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산업은 1960년대 미국 반도체 기업의 후공정 공장 설립으로 시작했다. 

이어 1970년대 UN 퇴출과 오일 쇼크가 이어지면서 대만 정부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위해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 이를 위해 1974년 대만 정부는 대만 공업기술연구원에 전자공업연구발전센터를 설립하고 집적회로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 1980년대부터 대만 정부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 시기에 TSMC와 UMC 등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등장한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체계적인 반도체 지원 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산업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1974년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을 발전시켰으며 시스템반도체는 1994년 멀티미디어용 정지화상과 동화상을 압축, 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의 개발한 게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기술 습득에 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고 개인·기업이 반도체 기업을 설립해 각자도생하며 발전한 상황이다. KDI는 이에 대해 "한국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섬유, 자동차, 기계, 철강, 석유화학, 조선, 전기·전자,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이 주력제조업으로 성장한 반면, 대만은 1970년대부터 전자산업 육성에 정부의 자원 대부분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바라보는 세바스찬 승(승현준) 소장(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삼성전자)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맨 오른쪽) 모습.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거머쥐는 핵심 열쇠가 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지원법이 절실해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등 내용이 담긴, 이른바 'K-칩스법 연장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 정쟁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반도체 산업 지원법 마련을 위해 여야가 뜻을 모으고 있다. 정부 역시 반도체지원법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보조금이 필요한데 정부가 주지 않을 경우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이 됐든 검토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에 보조금 지급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패권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세액공제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예전에는 메모리나 파운드리의 집적도를 높이는 것은 R&D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며 설비 투자로 팹을 늘려 양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신규 팹 하나를 짓는 데 20조원이 드는데 세제혜택과 같은 형태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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