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팬택에 530억 투자 '일거양득'
삼성전자, 팬택에 530억 투자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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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선 보호·상생협력 차원"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삼성전자가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 지분 10%를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팬택은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지분 투자(10.03%)가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퀄컴(11.96%), 산업은행(11.81%)에 이어 3대 주주 지위를 얻게 된다. 단 삼성전자는 팬택의 경영 참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사인 팬택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실리와 명분 등을 함께 취하는 다중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전자 입장에서 팬택은 세트사업 중 하나인 휴대폰에서는 경쟁사지만 부품사업에서는 중요한 거래선이다. 그것도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 거래선이다.

실제 팬택이 최근 5년 간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구입한 부품(반도체, LCD, 배터리 등)의 금액은 8116억원이었고 지난해만 해도 2353억원에 달했다.

530억원의 투자금 역시 삼성에게는 재무부담이 거의 없는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말 현금보유고는 43조5600억원으로 530억원은 이 중 0.1%에 불과한 규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사라고 하지만 점유율 면에서 양 사의 차이는 커 '적과의 동침'이라 하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세계에 판매한 휴대폰은 3억9650만대였고 이 중 스마트폰은 2억1300만대였다. 반면 팬택은 같은 기간 1380만대의 휴대폰(스마트폰 780만대 포함)을 판매했을 뿐이다. 삼성전자 판매량의 3.5%(스마트폰은 3.7%)일 뿐이다.

삼성전자로서는 2000억원 대에 달하는 거래선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 기조에 맞는 상생협력의 '명분'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삼성전자 DS사업부를 총괄한 권오현 부회장과 접촉해 설득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거래선을 보호하고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상생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팬택에 투자한 것"이라며 "경영참여는 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병엽 팩택 부회장 또한 "삼성이 팬택을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삼성의 지분투자로 팬택은 자금 경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택은 지난해 매출액 2조2344억원, 영업손실 77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안에 1000~2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유치는 박 부회장 이러한 약속의 첫 실천인 셈이다. 팬택은 이번 투자금을 마케팅 등에 투여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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