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결국 법정관리行…후폭풍 '우려'
STX팬오션, 결국 법정관리行…후폭풍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만에 법정관리 전철…해운업계 타격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벌크선 1위인 STX팬오션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STX그룹을 비롯한 해운업계 전반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사채 등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법원의 관리하에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거듭된 매각 실패…'산은 책임론' 부각

STX팬오션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산업은행이 사실상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최후의 구조요청을 택하게 된 셈이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토대로 빠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채권자, 화주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TX팬오션은 지난 2008년 매출액 10조2310억원, 영업이익 6790억원을 기록했지만,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해운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011년 이후 당기순손실이 지속돼왔다.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물동량이 감소됐고, BDI 지수 상승 지체로 장기운송계약을 제외하고는 선박을 운항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STX그룹은 지난해 12월 조선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STX팬오션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월 비공개 매각은 물론이고 3월 공개 매각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곳이 나오지 않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예비실사에 들어갔으나 결국 인수는 불발됐다. 예상보다 STX팬오션의 부실 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STX팬오션은 이날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산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간 산은이 기업에 대한 인수 의지를 표명한 이후 포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며 적잖은 실망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대우증권, 대우조선, 금호생명(現 KDB생명), 대우건설 등이 해당 사례다.

STX팬오션은 "산은의 불확실한 인수 방침이 결국에는 다른 투자자의 관심을 멀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매각 발표 당시 관심을 가졌던 수많은 국내외 많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의 관심도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성과 신속성을 모두 놓쳐버렸다"며 "채권단의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은 지난 2004년 채권단관리 졸업 이후 10년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STX그룹에 미칠 파장은?

STX팬오션의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해운업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대형 해운업체가 몇 년간 지속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STX팬오션은 다른 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STX팬오션의 부채비율이 302.2%인데 비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697.2%, 657.6%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해운업계가 붕괴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해운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도미노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STX팬오션의 법정관리행이 STX그룹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STX그룹이 계열사간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다른 계열사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포스텍·㈜STX 등 지주사와 STX조선해양·중공업·엔진 등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거나 체결했다. 

이와 관련 STX 관계자는 "물론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다"며 "다만 STX조선해양의 경우, 수주 물량 중 STX팬오션이 발주한 부분은 10% 안팎에 불과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TX팬오션 회사채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현재 STX팬오션의 회사채 잔액은 1조1000억원이다. 이중 2000억원이 오는 10월 만기를 맞으며,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5500억원(4건), 2015년 3500억원(2건)의 만기가 돌아온다.

▲STX팬오션 매각 추진 및 기업회생절차 신청 일지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