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좋았던 수출, 예상보다 못했던 소비·투자
"반도체 호조, 통계 추가 반영, 기준년 개편 등 영향"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발표에 이변은 없었다. 속보치의 깜짝 성장률이 유지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수출과 내수간 온도차는 더욱 커졌다. 속보치와 비교해 순수출 기여도는 더욱 커진 반면, 내구 기여도는 다소 축소됐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더욱 커진 반면, 민간소비 증가세가 줄어든 데다,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화됐다는 평가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으로, 소폭 하향 조정될 것이란 시장 예상을 벗어났다. 속보치 이후 발표된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4월 30일)에서 다소 부진한 양상을 보인데다, 월간 재정동향(5월 9일)과 3월 국제수지(5월 9일) 같은 주요 통계들이 새롭게 반영되면서 조정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1분기 GDP 잠정치를 세부적으로 보면 조정된 부분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수출과 건설투자 등이 상향 조정된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이 낮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먼저 수출의 경우 전분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이는 속보치(0.9%)의 두배에 해당한다. 수입의 경우 0.4% 감소했는데, 속보치(-0.7%)와 비교해 감소폭이 줄었다. 그 결과 1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0.8%포인트(p)나 증가, 속보치(0.6%p) 대비 상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반도체와 휴대폰 등 IT 품목의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다"며 "다만 잠정치가 크게 상향된 것은 해외생산을 통한 수출이 잡히면서다. IT 산업의 해외공장을 통한 성장세가 속보치 당시 파악했던 것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의 경상수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8.2%나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산업통상 자원부 역시 3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IT 품목 수출이 24개월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건설과 설비투자는 조정폭이 정반대로 커졌다. 건설투자 성장률은 3.3%로 속보치와 비교해 0.7%p 상승한 반면, 설비투자 성장률은 -2%로 1.2%p나 더 하락했다.
이에 대해 최 부장은 "1분기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반등했다. 지난 분기 큰 폭 감소한 기저효과와 양호한 기상 여건, 일부 사업장의 마무리 공사 진행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면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좀 더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7% 성장, 속보치(0.8%)와 비교해 0.1%p 낮아지는데 그쳤다. 최동명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속보 때 활용하지 못한 자료가 반영된 것도 있고, 기준년 개편으로 시계열이 변경된 영향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예상과 부합했으며, 수출이나 투자에 비해 소비는 조정폭이 적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내수 기여도다. 1분기 내수 기여도가 전기 대비 0.5%p 늘었는데, 이는 속보치 대비 0.2%p 축소된 수치다. 이 중 민간소비 기여도 증가폭은 0.4%p에서 0.3%p로 줄었으며, 설비투자 기여도는 -0.1%p에서 -0.2%p로 하향됐다.
다만 속보치 당시 다소 미흡했던 소비 호조의 개연성은 더 커졌다. 이번에 조정된 바에 따르면 민간소비가 작년 2분기 역성장(-0.3%) 이후 3분기 0.1%, 4분기 0.4%, 올해 1분기 0.7%로 점진적인 개선세가 나타났다.
이는 갑작스럽게 증가(0.3%→0.2%→0.8%)했던 속보치와 비교해 증가추세가 훨씬 완만해졌으며, 전반적인 소비가 완만한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기존 진단과도 부합하도록 바뀌었다.
근거도 보강됐다. 최정태 부장은 "기존 진단대로 휴대폰 출시 효과가 예상보다 좋았고, 날씨가 따뜻해 외부활동이 늘었다"며 "다만 통계청의 지표 잡히지 않는 서비스 소비가 반영된 영향이 큰 것 같다. 기존 거주자 국외소비가 통계에 반영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비가 1분기 들어 크게 개선됐다기 보다 기존 부진했던 부분들이 완화됐다거나 회복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며 "실제 GDP 성장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