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무덤 CP-1] 투자자 피해 부추긴 '규제 사각지대'
[개미무덤 CP-1] 투자자 피해 부추긴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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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LIG건설,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 계열사들도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이 CP를 발행해 개미투자자의 자금으로 연명하다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계기업들이 CP에 손을 대는 이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CP 1년 미만 발행분 증권신고서 면제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이번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5000억원 규모의 CP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게 됐다. 업계에서는 CP의 규제 사각지대가 한계기업의 CP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동양그룹 5개 회사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다시 한 번 CP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인터내셔널이 2919억원, 동양레저가 1667억원, 동양시멘트는 약 37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CP가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서 판매했다.

문제는 이들 CP 투자자들의 99%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동양그룹의 부실을 알고 있던 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은 손대지 않았지만 정보에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이 고금리의 유혹에 덥석 손을 댔다가 피해를 보게 된 것.

CP 피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웅진그룹이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1200억원 수준의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했다는 논란이 있다. LIG그룹도 22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자원 LIG회장이 징역 3년형을 받는 등 관련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CP의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CP는 자금조달 기능에서 회사채와 유사하지만 발행절차가 간소하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CP는 만기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되도록 증권신고서를 통해 위험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CP에 관심을 두게 된다. 한계상황에 달할 때까지 CP 발행을 통해 땜질을 하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됐을 때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CP에 대한 책임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의 한 연구위원은 "현재 CP제도는 한계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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