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수수료 논란 '편향성 지나치다'
펀드수수료 논란 '편향성 지나치다'
  • 전병윤
  • 승인 200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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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수 되레 저렴...외국과 단순비교 무리
투자자 성향 고려돼야...은행 판매가 발단의 근원.

최근 연이어 펀드 판매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장기 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과 함께 판매사의 수수료를 손봐야 한다는 감독당국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및 자산운용업계에서 ‘판매수수료가 과다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미 접근방식에서부터 한 방향으로 편재돼 있을 뿐 아나라 국내 금융시장 질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자칫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판매수수료 과연 비싸나
우선 판매사들이 펀드를 고객에게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는 크게 선취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로 나뉜다.

판매수수료는 일종의 입장료 개념으로 고객의 투자금에서 한 번만 떼는 수수료를 말하며 판매보수는 매년 펀드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선취 판매수수료를 떼는 펀드의 경우는 대게 중도 환매수수료가 없는 대신 고객이 환매 시점에서 유지기간을 연 1할 계산한 수수료를 증권사가 받게 된다.

또 선취 판매수수료가 없고 판매보수만 받게 되는 펀드는 중도 환매수수료가 있으며 판매보수율은 각 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 1.5%~2.0% 내외로 적용하고 있다.

흔히 국내 판매사들의 판매 보수가 높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내와 달리 처음 떼는 선취 판매수수료가 5%가 넘어 국내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대신 매년 고객이 지급하는 판매보수율은 1%초반으로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를 선취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를 합해 미국과 비교하면 5년이 지나야 국내 판매수수료(판매보수를 합친 금액)가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판매보수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의 경우 펀드 평가금액이 늘어나면 보수율도 높아져 절대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펀드들이 3년 미만 단기 펀드로 구성돼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판매사들의 보수율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장기투자의 걸림돌?
금감원은 이처럼 국내 펀드 판매수수료가 구조상 장기투자로 가면 투자자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미국처럼 펀드 가입 시 한번만 떼는 선취 판매수수료를 높이고 매년 떼는 판매보수를 낮춰 장기 투자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성향상 아직 장기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수수료를 높게 부과하면 거부감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며 “차라리 장기 펀드에 대해 선취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지적했다.

또 “MMF의 경우 판매사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수수료가 제로에 가까우며 채권형펀드는 판매보수가 0.65%까지 내려가 무리한 운용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어 주식형펀드의 판매수수료의 인위적 인하는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가격 결정 문제를 인위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조정한다는 것도 무리지만 적정수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운만큼 자칫 시장질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왜 불거져 나왔나
이처럼 펀드 판매수수료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져 나온 이유로 우선, 올 16일 기준 주식형 간접투자상품 잔고가 20조 8천710억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져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즉, 주식형 펀드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판매사가 과다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외국과 달리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운용보수가 판매보수에 비해 턱 없이 적다는 자산운용업계의 주장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은 운용사의 운용능력이 판매사들보다 우위에 있어 펀드 판매가 좌우되지만 반면에 국내는 판매사들의 판매망과 판매사 브랜드에 의해 판매 실적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보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국내와 같은 운용보수로는 인건비를 지급하고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데도 벅찬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IMF때 펀드의 대규모 부실로 인해 전례없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해 줬던 것은 판매사였다”며 “이런 특수한 국내 금융 역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국과 판매수수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관계자는 “사실 은행권에서 펀드 판매에 대한 전문적 설명도 없이 앉아서 높은 판매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며 펀드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은 면피하기 때문에 리스크 또한 수수료에 반영돼 있지 않다”며 “펀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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