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틈새상품 개발 '골머리'
은행권, 틈새상품 개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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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변동기, 시장 예측 어려워

출시 수개월만에 유사상품 봇물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이 틈새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의 수익과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데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 변동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상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틈새상품 개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개인 및 기업금융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내년도 틈새 상품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의 안정적인 대출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이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틈새상품 개발에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 고객위주의 상품 개발에 치중해야 하는데다 금리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가 있거나 높은 신용도를 지닌 우량 고객의 대출 수요를 찾아야 하고, 일정 정도의 고객 수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

그러나 우량 고객들의 경우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필요할 경우 틈새 상품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 상품 담당자들은 타켓 선정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는 최대한으로 하면서 고객확보를 위해 틈새상품을 개발해야 해 선택의 폭이 넓지가 않다”며 “더욱이 고객들의 수요가 있다 해도 금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기에 높은 대출금리가 발생한다면 은행은 고객이탈을 자초 하게 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타 은행과 차별화된 틈새상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진 것도 상품담당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력상품이 아닌 틈새상품들의 경우 특허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아, 경쟁은행의 유사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흥은행의 경매물건 담보대출에서 착안한 유사상품인 경매플러스론이 우리은행에서 출시되고 유학생 대출도 타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수의사 대출, 메디컬 대출 등 일부 은행에서 인기를 끈 상품들은 출시 2~3개월만에 타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음엔 틈새상품이지만 일정 정도의 실적을 달성하기 전에 이미 타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해 상품개발이 무의미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들이 출시한 틈새 상품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상품개발자들의 선택의 폭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경매자금대출, 유학생 대출, 리볼빙 모기지론, 주유소 대출, 수의사 대출 등 각종 틈새상품을 개발 했다. 그러나 출시 6개월이 되도록 고객들에게 이렇다 할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올 해 새롭게 출시한 유학생 대출은 판매 실적이 약 20억원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매자금대출도 각종 경매 서비스 제공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대출이 일어난 금액은 겨우 30억원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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