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정보 유출 고객 모른다"…2차 피해 우려
금융사 "정보 유출 고객 모른다"…2차 피해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 고객 피해방지 '뒷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대규모 고객 정보가 유출됐음에도 은행과 카드사들이 피해 고객을 전혀 몰라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사에서 1억1000여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적발됐으나 해당 금융사는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해 피해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출모집인, 금융사 직원, 신용평가사 직원을 수사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13만건, 국민카드·롯데카드·농협카드에서 1억400만건, 저축은행·캐피탈에서 수십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검찰 발표 후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에 돌입했으나 정작 중요한 유출 고객 정보는 이들 금융사에 전달되지 않았다. 검찰이 금융사들에게 중간 수사결과를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금융사는 고객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문만 홈페이지에 게재했을 뿐 개별 피해 고객에 대한 공지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해당 카드사들은 금감원의 검사를 받기 전 자체 감사를 진행했지만,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뚜렷한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조차 못했다.

이번 정보유출에 연루된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는데, 우리도 피해 규모가 어떤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검찰 자료를 토대로 한 특검을 통해 이들 금융사 정보 유출 경위와 피해 규모를 명확히 파악한 뒤 금융사가 피해 고객에 공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사의 유료 정보보호 서비스 판매 자제를 요청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정보유출 사고 발표가 있었던 날에도 일정 기간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뒤 유료 결제로 자동 전환하는 마케팅에 나서면서 '정보보안 장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고객에게 신용정보 변동 내역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알려주고, 명의보호·금융사기 예방 등 고객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유료 부가서비스다.

이 같은 금감원의 권고 조치에 신한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판매 일시 중단에 나섰지만 현대카드는 "자사 서비스는 이번에 문제가 된 KCB가 아닌 나이스와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며 해당 서비스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해당서비스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으면 곧바로 서비스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유출 논란의 중심에 있는 KCB도 한달간 무료 이용으로 돌리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고객 정보 유출의 장본인인 금융사가 고객의 불안감을 이용해 유료 서비스 판매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