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KT가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한 대외 이미지 손상,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으로 당초 목적인 '1등 KT'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어 황창규 회장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명예 퇴직 압박 논란…"사실상 강요"
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8300여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이는 전체 직원 수의 25% 수준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계열의 KT 새노조(2노조)는 전날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명퇴 대상자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도 모자라 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갖은 탄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초 각 지사별로 열린 팀장급 교육을 통해 명퇴 거부자 전원을 비연고지에 배치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통신구(맨홀) 작업 등 도급비 절감 분야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새노조는 한 희망근무지 불응자에 대한 회사측 팀장의 막말 통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팀장이 직원에게 "내가 너 잘 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너 못 되게는 할 수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분명히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등이 녹음 돼 있었다.
새노조 관계자는 "전 직원의 3분의 2를 대상으로 진행된 명예퇴직 면담이 협박으로 가득 찼다"며 "황창규 회장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미지·분위기 반전 '시급'
KT는 이번 명예퇴직으로 연간 7000억원 가량의 인건비를 절감,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회장 또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연이어 피력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17일 사장단 회의에서 "ICT 기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전 계열사가 '1등 KT'를 실현해 나가자"면서 "KT와 전 계열사가 한 몸처럼 '싱글 KT'가 돼 한 방향으로 나가야만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회장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회사 안팎의 부작용을 추스리지 못한다면, 이같은 기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추락하고 있는 기업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황 회장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약 100일 동안 KT는 △실적 부진 △자회자 직원이 연류된 대출사기사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숨 돌릴 틈 없이 터진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반인권적 이미지까지 더해질 경우 이제 막 출범한 '황창규호(號)'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구성원들의 사기를 올려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KT에 남은 직원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또 추가 명예퇴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일부 직원들에게서는 벌써 "명퇴 과정을 봤을때 황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과 다른 것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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