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 일선 '전면 등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 일선 '전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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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주말 중국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번 중국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광둥성에 있는 삼성전자 중국법인의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방문하고 고위 관료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7일에는 난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까지 올림픽 공식후원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中 스마트폰시장 직접 점검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광둥성에 있는 삼성전자 중국법인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찾았다. 중국 현지매체 남방일보 역시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광둥성 후이저우와 둥관의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현황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 부회장이 현지 임직원들과 공장을 들러보며 생산 효율 강화와 판매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후 후춘화 광둥성위원회 서기 등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베이징으로 이동해 삼성전자 중국법인 고위 임원들과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 유지를 위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중국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찾은 것은 삼성의 핵심 성장 동력인 IM사업부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IM사업부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하는 핵심 캐시카우 역을 담당해왔다.

최근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은 다소 약화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현지 업체 샤오미에 내줬다. 美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샤오미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4%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2%로 2위로 밀려났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 약화는 회사의 2분기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4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2조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광둥성 휴대전화 생산기지 방문 일정에 대한 공식 확인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난징에서 IOC 협약을 맺기 전 광둥성을 방문한 것이 아니겠느냐.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업체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직접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중국 난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IOC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지난 2월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9회 연속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달 8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후 2주 만에 다시 미국·유럽 출장길에 올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짓는 연구개발 센터 등을 점검한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7일 중국 난징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후원 계약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계약서에 사인한 뒤 삼성 태블릿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式 삼성경영 가동…리더십 시험대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안팎의 관심은 'JY식 삼성 경영'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여기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33세 때 뛰어들었던 e삼성 프로젝트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후 삼성전자에 집중해왔다. 지난 2000년 삼성은 인터넷 벤처사업 투자를 위해 e삼성을 중심으로 e삼성인터내셔널, 오픈타이드 등을 설립했고 이 부회장은 대주주로 참여했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일부는 자본 잠식에 빠질 만큼 어려움에 빠지게 됐고, 이는 이 부회장의 이력에 고스란히 '마이너스 이미지'로 남게 됐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33세였던 1974년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사비로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故 이병철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1983년 6개월 만에 기흥공장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기반이 된 반도체 사업의 성장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 회장의 성과를 따라잡지는 못한 상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자동차 전지 사업으로 이 회장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독일 BMW, 폴크스바겐, 인도의 마힌드라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포드 등과 자동차 전지를 공급 중이거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삼성 경영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70년대와 2000년대의 사업환경을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할 순 없지만 이 부회장이 이후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고 있지 않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부회장으로 10년 가까이 보내면서 그만의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이후 신경영 선언 등으로 삼성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며 "현재 이 부회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분의 문제가 아니라 어려운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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