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싸움 구경에 원인 찾기 멀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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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 감사원과 금감원도 맞붙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공방이 금감원과 감사원의 진실게임으로 비화되면서 여러 당사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쏠리는 등 흥행 대박의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향후 감사원과 검찰의 수사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특히 감사원과 검찰은 금감위와 금감원 관계자의 대질 조사와 전·현직 외환은행 임직원의 소환 조사 등 강력한 진실규명의사를 피력,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관련 기관간 제시하는 증거 자료들마저 엇갈리는 등 '싸움' 자체로서의 재미가 더해지면서 막상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론스타의 고의 탈법 여부 등 핵심 수사 대상에 관한 관심은 희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 인수 우선권을 확보한 듯 보였던 국민은행은 수사의 불길이 번져갈수록 점점 더 어정쩡한 처지로 몰리는 듯 보여 그 또한 구경꾼의 시선을 끌고 있다.

BIS조작 금품수수 가능성
 
외환은행 '부실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외환은행의 매각실무팀장이었던 전용준 전 경영전략부장이 돈을 받고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검찰은 BIS비율이 조작된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외환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을 이번주 중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또 감사원도 외환은행 매각 당시 BIS 비율이 인위적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금융감독원과 외환은행 상층부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금감원장, 부원장, 부원장보까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금감위와 금감원 고위 관계자들의 대질조사도 불사할 계획이어서 수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전씨가 엘리어트홀딩스 박순풍 대표로부터 BIS 비율 조작 관련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조사 중이며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금감원 공방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BIS조작과 이에 연루된 금품수수 외혹이 크게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금감원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당시 BIS 비율 전망치를 금감원이 조작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감사원의 조사내용과 엇갈린 해명에 나서고 있어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당국자는 이날 "2003년 7월 16일부터 네차례에 걸쳐 외환은행 측으로부터 경영 수치를 받았다"며,  "금감원은 지난 연말 자료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1분기 자료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측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서 자료를 보냈다"며 "그때마다 BIS 비율이 조금씩 수정됐으며 수치를 조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 감사원과 금감원의 해명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감사원은 금감원과 외환은행 사이에 5차례의 걸친 팩스가 오갔다고 밝힌 반면 금감원은 모두 4차례에 걸쳐 오갔을 뿐 조작의도와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숫자를 조작하라는 백재흠 국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 감사원의 조사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론스타 매각 무효 되나(?)
 
감사원과 금감원의 공방과는 별도로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BIS 조작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자체가 원인무효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론스타가 로비를 통해 BIS 비율을 조작했다면 금융감독 당국이 원상회복이라는 법 취지에 맞게 매각가격을 지정해서 팔도록 명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의 BIS 비율 산정시 조작이 있었고 당시 BIS비율이 8%가 넘는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외환은행 매각자체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법상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은행 주식의 4% 이상 소유할 수 없지만  조작된BIS 비율 전망치에 근거해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이 되고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았다. .

법조계의 한 인사는 "론스타가 BIS 비율이 계약의 결정적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매각 과정에 '근본적인 하자'가 생기는 것이어서 원인무효 소송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천문학적 매각차익 '올-스톱'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계약 원인무효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통한 천문학적 매각차익을 거두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지난 7일 론스타코리아의 서울 사무실과 관계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전용준 전 외환은행 상무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론스타와의 '세금전쟁'에서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및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매각차익에 대한 법적과세 근거를 확보한데다가 론스타가 편법을 동원해 외환은행 인수권자를 벨기에 법인으로 변경환 정황도 포착, 상황이 급변했다.   
 
국세청은 론스타의 소득이 외환은행 매각차익 4조5천억원과 스타타워 빌딩 매각차익 2천800억원으로 징세 가능한 규모는 최대 1조2천400억원에 달한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낙동강 오리알?'
 
외환은행 부실매각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면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무산 가능성이 거론, 국민은행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가 11일 현 외환은행 이사진을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절차 중단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 국민은행의 주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론스타의 주주자격이 박탈돼 외환은행 매각이 원천 무산될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민법상 매매계약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인수합의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
 
더욱이 금감원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무효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국민은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의 명확하고 확실한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현재의 상황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라며 "외환노조의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과 속속드러나는 부실매각 정황들에 전전긍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주가는 크게 떨어지고 있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가는 11일 2.39%(2000원) 하락한 8만1600원에 마감했다. 장중한때 8만200원까지 하락해 8만원선이 위협받는 등 BIS비율 조작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틀째 크게 떨어지고 있다. 

김동희 기자 rha11@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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