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통신채무자 37만명 '채무조정'···원금 최대 90% 감면
연체 통신채무자 37만명 '채무조정'···원금 최대 90% 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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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몇백원' 수준으로 상환부담 '뚝'···취업·복지 연계
채무조정 대상자 3단계 심사로 '도덕적 해이' 방지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된 청년 채무자 A씨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간 연체한 통신채무(통신비+소액결제)는 조정 대상이 아니어서 A씨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이 어려운 탓에 구직원서 접수도 어려웠던 A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어졌다는 A씨는 추심이 두려워 주민등록지와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다.

A씨와 같이 통신채무(통신비+소액결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성실히 상환하려는 의지가 있는 금융·통신 취약계층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통신채무 원금의 최대 90%가 감면된다. 정부는 이번 채무조정으로 혜택 받을 연체 통신채무자를 약 37만명으로 추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센터를 방문, 통신 채무조정 상담 현장을 둘러본 후 이같은 내용의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위와 과기부, 신용회복위원회, 통신업계는 재기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5개월간 협의를 이어왔다.

그동안 통신채무는 신복위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었던 탓에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통신채무의 경우 통신 이용이 불가능해져 본인인증, 구직 활동 등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가로막는 만큼 통합 채무조정의 필요성이 컸다.

이에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신복위를 통해 금융채무와 함께 통신채무를 일괄 조정하는 '통합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환 여력에 따라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통신채무 원금의 최대 90% 감면 △일반 채무자 중 이동통신 3사(SKT·KT·LGU+) 이용자는 원금의 30% 일괄 감면 △일반 채무자 중 알뜰폰 사업자·휴대폰 결제사 이용자는 상환 여력에 따라 0~70% 감면 등을 추진한다.

금융채무 조정 대상자가 통신채무 조정을 신청할 경우 신청 다음날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대상자는 통신사에 별도 신청할 필요 없이 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번에 조정받을 수 있다. 채무자에 대한 소득, 재산심사 등 상환 능력에 따라 원금 감면이 진행되며 감면 이후 남은 채무는 10년간 장기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지난 19일 진행한 사전브리핑에서 "채무감면 부담 내용을 시뮬레이션해 봤더니, 예를 들어 통신요금 30만원을 연체한 채무자가 원금의 70%(21만원) 감면을 받으면 9만원의 채무가 남는데, 이를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할 경우 월 750원씩만 상환하면 된다"며 "원금의 30%(9만원)를 감면 받은 분들이 10년 분할 상환하게 되면 월 상환 부담은 1750원 정도에 불과해, 통신채무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20개사, 휴대폰 결제사 6개사 보유한 채무로, 전체 통신업계 시장점유율의 98%를 차지한다.

이번 통합채무조정 시행 전부터 신복위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던 연체자들도 기존 채무조정에 통신채무를 추가해 조정받을 수 있다. 단, 신복위를 통한 이번 채무조정은 금융채무와 통신채무에 대한 통합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금융채무 없이 통신채무만 있는 경우 통신사 자체 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이번 채무조정 지원을 받은 이후 3개월 이상 상환액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채무조정 효력이 취소돼 원래의 상환의무가 다시 발생한다. 아울러 통신채무를 3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할 경우 미납액이 일부 남아있더라도 통신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미납된 금액을 모두 납부해야 통신 서비스 이용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번 채무조정이 고의연체자나 고액자산가 등을 지원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3단계에 걸친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도 운영하기로 했다. 먼저, 채무조정 심사 과정에서 국세청 등 행정기관 간 연계를 통해 채무자의 재산·소득 등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조사한다. 또 신복위 내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채무조정안의 적정성을 심의할 방침이다. 이후 채권자 동의 하에 채무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채무조정 이후 채무자의 부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채무조정 효력도 중단시킨다.

김 국장은 "재산이 많으면서 고의적으로 핸드폰 요금을 연체하는 분들이 있는데, 철저한 재산심사와 깐깐한 소득 심사 등을 거쳐 이런 분들을 걸러내는 게 첫 번째 단계"라며 "심복위 심사위원회도 법률가, 교수, 각종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채무조정의 타당성에 대해 철저하게 심사해서 채무조정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배제하고 필요한 채무자들 위주로 채무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채무자가 채무조정 이행 중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신복위를 통해 고용연계, 복지연계, 신용관리 등 복합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는 서민·취약층이 원스톱으로 고용·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13개 센터에 고용전담창구를 개설했다. 또 전국 102개 고용플러스센터로 연계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내일배움카드 등 고용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구직 노력이 확인되는 경우 최대 50만원의 취업촉진지원금을 지급하고, 취업 후 일시 완제 시 원금의 15%를 추가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그동안의 연체로 신용도가 하락, 정상적인 금융활동이 불가능해진 채무자가 정상적인 금융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신용상담 및 신용관리를 실시한다. 계좌 압류 해제방법, 카드발급 지원 등을 통해 금융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한편, 성실상환으로 신용점수가 상승하는 경우 신용도 개선 격려금도 지급한다. 전국 3500여개 행정복지센터와 연결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생계·주거·의료 등 복지지원제도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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