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컨소, 1조6천억규모 위례신사선 사업 포기···"원가 감당못해서"
시공사 없어 SOC 공사지연되면 결국 미래산업 준비·국민 삶 어려워져
상반기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대거 유찰···"사업비 증액 요구 받아줘야"
최근 코로나19와 글로벌 물가 상승, 건설노조‧화물연대 파업 등 여파로 원자잿값이 상승하면서 치솟은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또 발주처가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자 공공공사에서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입찰에 나서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사비 급등이 건설업계에 미친 영향을 사례 중심으로 상(上), 하(下)에 나눠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수천억~수조원대에 이르는 교통·물류 등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 공사들이 건설사들로부터 줄줄이 외면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비교적 안전한 사업으로 여겨져 각광받던 공공공사였으나, 최근 치솟은 공사비에 공공 발주처가 제시하는 비용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수주마저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은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사업비 1조1597억원 규모의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을 포기했다. 2020년 1월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 약 4년 5개월 만이다.
사업 포기 배경으로는 회사가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자잿값 급등과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투자 사업 추진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GS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업을 포기했다"며 "2020년 수주 이후 예상치 못한 대외환경 이슈로 급격히 오른 공사원가를 지자체 지원 없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공사는 건설 경기 불황을 타지 않아 그간 안정적인 공사로 여겨졌다. 특히 지금처럼 주택 사업이 좋지 않을 때 공공공사는 공사비를 떼일 위험이 없고 계획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대안 사업이었다. 또 SOC처럼 사업비가 큰 공공공사 수주 실적은 시공 능력순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선호돼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최저가 입찰'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지금처럼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는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얼마 없어 '할수록 마이너스'인 공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철도·공항 건설 같은 SOC 사업은 일반 건축물 공사보다 난도도 높아 인력 문제, 중대 재해 리스크, 비용 리스크 등 고려할 만한 요인도 배가 된다. 또 최근 공공 발주처에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건설사들이 요청하는 공사비 인상을 거절하면서 마찰을 빚는 사례도 종종 발생해 우려를 더 키웠단 평가다.
이번 달 진행된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입찰도 이례적으로 건설사들이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약 10조5300억원 규모의 공사로 당초 대형 건설사의 '수주 잔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유찰 배경은 발주처에서 제시한 공사기간이 짧은 데다가, 10대 대형 건설사 공동도급(컨소시엄)이 2개사까지만 제한된다는 내용 등 위험 부담을 감수할 만큼 공사의 이득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대형건설사라도 10조원이 넘는 공사를 2개사가 온전히 감당하기란 어렵다"며 "특히 지금처럼 건설 경기나 회사들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 2개사가 들어갔다가 손실이라도 발생하면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3~4개 사 이상 컨소시엄 이뤄야 비용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전해 들은 국토교통부 측은 가덕도신공항 관련해 건설업계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공동도급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난도가 있는 공사인 것은 인정하지만 연구 용역을 통해 일정과 공정 계획을 제시했고 2개 사로도 공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며 "2차 입찰 결과를 보고 결과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단 사업비가 낮다는 얘기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오는 24일까지 가덕도신공항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 2차 입찰을 진행한다. 1차 유찰 후 진행한 지난 14일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주요 시공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나, 완화되지 않은 입찰 기준에 건설업계는 2차 입찰도 유찰될 가능성이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외에도 광주 지하철 2호선 7공구도 난공사 대비 산정된 공사비가 여유 있지 않다는 평가에 이번 달 4번째 유찰이 나왔다. 또 정부 세종 신청사 건립공사와 수도권에서는 △킨텍스 제3전시장 공사 △영동대로 2공구 공사 △서울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공사 △남산 곤돌라 사업 등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킨텍스 공사는 1차 유찰 후 추정사업비를 48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대폭 증액했지만 이후에도 세 차례 더 유찰됐고, 영동대로 공사는 서울시가 최근 6차 입찰에 나서며 사업비를 최초 공고액 대비 23% 올린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SOC 공공공사가 지속해서 시공사를 찾지 못하게 되면 결국 사업 지연을 초래해 '미래 먹거리' 산업 준비에 피해가 가고 국민의 삶이 불편해진다는 점이다. 한 사례로 위 영동대로 공사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 사이 1km 구간에 환승센터를 짓는 내용으로, GTX-A·C노선과 위례신사선 승강장, 택시·버스환승센터 등이 들어간다. 이 사업이 지연되면 2028년 GTX-A 전구간 개통을 예고한 정부 계획도 틀어지게 되고, 교통망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던 주민들의 '출퇴근 지옥'도 연장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1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된 사업비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 입찰 건을 분석한 결과 개찰이 이뤄진 40건(중복 포함) 중 9건만 시공사를 찾았고, 나머지 31건은 유찰돼 이러한 불안감을 한층 키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올해 공공 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20조8000억원을 편성하고, 이중 12조4000억원을 '선집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라 공공공사 공사비 관련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에서도 공공 프로젝트 공사비에 '적정 단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산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혀 공공공사 공사비 산정 방법에 개선의 여지는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 사업의 경우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통해 부족한 수익을 대신 보충하도록 할 수 있지만 공공 SOC 사업은 그럴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에서 사업비 요구를 반영해 줘야 한다"며 "민간기업을 상대로 밑지고 장사를 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합리적 수준의 공사비를 인정해 주는 것밖에 현재는 해결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