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기아차 中 전략모델의 핵심기지 '장쑤모비스'
[르포] 현대·기아차 中 전략모델의 핵심기지 '장쑤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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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장쑤성(江蘇省) 옌청시(盐城市)에 위치한 장쑤모비스(江蘇省摩比斯, 국내명 강소모비스) 공장의 모습 (사진 = 송윤주기자)

램프·친환경차 부품 생산…"미국·유럽 등 수출 시장 늘릴 것"

[상하이=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아차 K3는 국내 판매 모델보다 램프의 크기가 크고 과감한 디자인이 들어가 한 눈에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같은 모델 이름을 달고도 차량의 외관은 판매국마다 다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타국 시장을 위해 내놓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법인의 철저한 시장 조사와 유기적인 대응이 필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은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장쑤성(江蘇省, 이하 국내명 강소성) 옌청시(盐城市, 염성시)에 위치한 장쑤모비스(江蘇省摩比斯, 강소모비스)를 찾았다. 강소모비스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품을 생산·공급하는 곳으로,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놓고 있는 ix25, K2, K4, KX3 등 중국 전략형 모델 생산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소모비스는 면적 47만5262㎡(약 14만3767평)의 대지에 3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1공장은 모듈을, 2공장은 모듈과 램프를, 3공장은 친환경부품과 오디오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 이 곳에서 연간 모듈은 80만2000대, 램프는 135만대, 친환경부품은 5만5000대, 오디오는 44만개, 운전석 모듈의 뼈대를 이루는 스트럭처 인패널(IP)은 54만7000대분이 만들어진다. 베이징현대, 동풍열달기아(DYK) 뿐 아니라 피아트, BMW, 크라이슬러 등  중국 내 수입차 브랜드의 합작 업체에도 생산 부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연간 30만대분의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 고재용 강소모비스 법인장이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송윤주기자)

한국의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에서 전체적인 부품 설계를 하면, 강소모비스에서는 중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한 뒤 이를 생산 전략에 반영한다. 고재용 강소모비스 법인장은 기자와 만나 "중국 소비자들은 램프에 끼는 습기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중국 소비자들 특유의 취향과 불만 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서 램프 디자인과 품질을 따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강소모비스의 주력 생산품은 중국형 모델의 램프로 꼽힌다. 강소모비스에서 생산된 램프는 동풍열달기아 전차종과 현대차 YF쏘나타 뿐 아니라 크라이슬러, BMW에도 공급된다. 오는 10월에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신형 투싼에도 램프를 공급할 예정이다.

▲ 강소모비스 램프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 = 송윤주기자)

램프공장에 들어서니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1공장에서는 헤드램프를, 2공장에서는 리어램프를 나눠 생산하는데, 1공장과 2공장에는 각각 570명, 468명으로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한국 공장과 비교하면 공장에 투입되는 직원 수가 많아 기계로 자동화 비율이 낮은 편이다.

강소모비스 관계자는 "습도가 높은 염성시 특성상 습기를 잡는 것이 램프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습기나 먼지로 인한 불량을 잡는 것 뿐 아니라 디자인 변경 모델이 나올 때마다 가장 많이 바뀌는 부분이 램프이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려워 많은 수작업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 강소모비스의 생산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 = 송윤주기자)

강소모비스는 램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을 쓰고 있다. 생산 불량이 발생되면 근무자들이 따로 불량을 신고하지 않아도 모니터에 표시되는 전체 공정 지도에 빨간색 불이 들어온다. 램프 공장의 생산품은 동풍열달기아 등에 곧바로 공급되기 때문에 불량품을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램프 공장의 생산 과정은 크게 사출-표면처리-조립 공정으로 나뉜다. 사출라인에서는 램프의 기본 틀을 만드는 공정으로, 원재료를 자동으로 공급하고 취출과 게이트 커팅을 거쳐 컨베이어에 바로 투입된다. 이후 이 가제품을 표면처리 공정에 옮겨 도장을 다듬는다. 표면처리 공정에서는 먼지나 습기를 철저히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출입문은 이중으로 설계돼 있다. 조립라인에서는 생산 부품을 조립하고 불량품이 없는지 점등 검사 등을 거친다.

▲ 습기와 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공장 내 모든 출입문은 이중문으로 설계돼 있다. 부품 운반 카트 역시 비닐로 씌워져 있다. (사진 = 송윤주기자)

친환경부품과 오디오 관련 부품을 만드는 3공장의 경우 강소모비스의 차세대 생산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점차 엄격해지고 있는 중국 내 환경규제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소모비스 3공장은 다음달부터 신공장 준공에 들어가 기존의 연산 30만대에서 45만대로 1.5배 확대될 예정이다.

인구 약 7381만명이 살고 있는 강소성은 중국에서 5번째로 인구가 많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6조4000억위안(한화 약 1115조2640억)으로 중국 내에서 2위로 꼽힌다. 여기서 강소모비스를 포함한 동풍열달기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7%가 넘을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이를 반영하듯 강소모비스 인근에는 한국 식당과 한국어로 쓰여진 간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강소성 지방 정부에서는 인근 음식점에서 한국 간판을 50% 이상 쓰면 영업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부여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경기 침체는 강소모비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현대차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한 7.3%로 전망된다. 경기 부진에 따른 구매력 약화와 경쟁 업체의 완성차 가격 인하 등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재용 법인장은 "기아차 KX3의 가격과 중국 로컬 브랜드 완성차 가격의 차이는 약 400만원 정도인데, 폭스바겐에서도 5만위안(한화 약 871만원)짜리 차량을 내놓겠다고 하는 등 경기 침체에 따라 싼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경쟁 모델이 늘고 있다"며 경쟁심화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와 저가 경쟁보다는 고품질로 승부하겠다는 현대·기아차의 전략에 따라 강소모비스 역시 생산 품질을 높이는 한편, 생산품 판매 대상을 중국 내수로 한정하지 않고 미국에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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