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목표·잠재성장률 하향…통화정책 영향은?
한은, 물가목표·잠재성장률 하향…통화정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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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물가 2.0% 명시…통방 '시그널' 강화 수단
물가 상승 압력 확대 전망…동결 기조 이어갈 듯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이 종전 2.5~3.5% 수준이던 물가 목표를 2.0%로 대폭 하향하고 강력한 목표 달성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통화정책방향 운용과 관련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목표치를 내리면서 3% 중반선으로 공표했던 잠재성장률도 3% 초반대로 하향 전제한 점은 일단 추가적인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6년 이후 3년 간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 2.0%로 설정했다. 함께 공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15년~2018년 기준 3.0~3.2%다. 한은 측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만큼 앞으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목표에 근접하도록 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그동안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통화정책방향 문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 상승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11월을 제외하고 매달 0%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목표치를 크게 하회했다.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겠다' 언급의 통화정책 신호 기능은 유명 무실해진 것이다.

한은이 새 물가 안정목표를 2.0%의 단일 수치로 제시하고, 소비자물가가 목표에 근접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통화정책방향 상의 목표가 보다 구체화됐다는 분석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그동안은 한은이 경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선언적인 문구들로 통화정책방향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미 연준이나 영란은행처럼 물가 목표를 선언적인 가이드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에 대한 명시적인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현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 내외에 그치고, 최근들어 원자재 가격 급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당장 내년에는 2.0%의 물가상승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도 내년 물가 목표는 1.7% 수준으로 잡고 있다. 다만, 한은이 물가 목표에 따른 통화정책을 '중기적 시계'를 바탕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의 물가목표 미달이 추가 완화 압력으로 작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허진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당장 물가 수준이 1.6~1.7% 정도 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통화정책을 통해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기적으로 봤을 때 향후 1~2년 뒤에는 2% 부근으로 간다고 하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완중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 강세가 진행될 것을 감안하면 환율에 민감한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이 향후 현재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저물가의 배경인 원자재 가격 급락과 농산물 가격 안정 등 기타 여건이 변화한다고 하면 중기적으로 봤을 때 2.0%에 근접한 수치가 무리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종전에는 3%대 중반선으로 공표했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3.0%~3.2% 수준으로 낮춰 발표한 점도 추가 완화 정책 신호를 희미하게 하는 요인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질 성장률의 차이인 GDP갭률이 축소되면서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 금통위원은 지난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잠재성장률을 명시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위원은 "3% 내외의 성장률이 고착화되고 물가의 경기에 대한 정보변수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며 "현재의 낮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의한 것이라면 통화정책으로 이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발언했다. 낮아진 잠재성장률 수준을 밝혀 추가 완화 정책에 대한 압박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3%대 초반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한은이 기준 금리 정책에 대한 중도적 시각을 유지한 것"이라며 "2% 후반대 수준으로 내다보는 민간 연구기관보다는 낙관적 판단이지만, 잠재성장률과 물가 목표를 낮춰 종전보다 목표달성이 용이해진 점은 당분간의 금리 동결을 정당화 시켜줄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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