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붕괴 or 연착륙? 그 것이 '문제'
버블붕괴 or 연착륙? 그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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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버블 붕괴로 10년전 일본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IMF외엔 "버블있다" 공감  
민간연구소들이 부동산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제히 위기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급준비율 인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등 과잉유동성의 주택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는 과정에서 금리도 상승 추세여서 주택가격 급락과 이에 동반한 가계.금융 부실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최근의 부동산 가격에 대해 버블이 있다는 데는 대략 시각이 일치한다.
버블의 정도에 대해서만 약간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경 IMF만이 "한국의 집값이 버블수준은 아니다"고 했을 뿐,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이구동성으로 버블붕괴의 경고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차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과 금융감독원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등의 과정이 1992년 일본이 겪은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은 충격적이다.
당시 일본의 버블 붕괴도 대출총량규제 등 규제가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시작됐었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호상 수석연구원은 4일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주택가격이 내려갈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기침체기와 맞물릴 경우 가계발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연구원은 "80년대말∼90년대초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3국과 영국도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이후 대출이자 부담으로 금융위기를 겪었다"며 "우리나라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중산층 대출이 늘어 대출부담이 커지면 우려할만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룡 연구원도 "주택금융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져 위험할 수 있다"면서 "각각의 정책을 뜯어보면 정당성이 있겠지만, 이들 정책이 동시 다발적으로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확대와 과세 강화, 분양가 공개나 반값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강한 상황이어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2008년부터 정부 공급대책이 본격화되면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간 다른 시각이다. 
LG경제연구원도 "현재 가장 두드러진 위기의 징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거품과 이에 따른 가계 부채 급증"이라며 "거품 붕괴가 현실화할 경우 투자와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고 만성적인 경기침체로 대외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제신인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 모두 최근 한달여 사이에 보고서를 통해 제기된 경고음들이다.
 
<>떨어지는 것은 기정사실..붕괴냐 하락이냐?
이제 관심은 집값하락 자체가 아니라 과연 어느 정도의 속도로 하락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물론, 집값이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지만, 이들 민간연구소들의 전망만을 전제로 할 경우 그렇다.
문제는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할 경우 대체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한 순간에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 연구원은 "과거 일본도 대출총량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일시에 추진하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식 거품 붕괴의 양상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지만, 일단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한 순간에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박 연구원은 주택가격 하락의 형태에 대해 "처음에는 대출이자에 대한 가계의 연체율이 늘어날 것이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이 증가해 거시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 수석연구위원의 시각은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같이 갑작스런 집값붕괴보다는 하향 안정화돼 장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도 앞으로는 IMF 위기 때처럼 특정 부문에서 위기가 발생하기 보다는 위기상황이 경제의 전 부문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비슷한 시각이다.
이들 전망을 종합하면, 주택가격이 하락하기는 하는데 갑작스런 폭락(붕괴)이냐, 아니면 완만한 하락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완만하게 떨어지더라도 장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별반 나을 것도 없지만. 
 
<>"일본 짝은 안난다"
이런 가운데,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의 속도는 경기 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대출 부담은 내수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등 세계경제 흐름이 개선되면 가계발 금융위기를 막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삼성경제연구소 최 연구원은 "일본은 기업을 중심으로 상가 오피스텔 등의 부동산 대출이 많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 주택대출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올해 경기전망도 소폭 상향조정되고 있어 충분한 완충작용으로 부동산가격이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홍 연구위원도 "경기 흐름에 따라 갑작스런 붕괴보다는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신중한 정책조율 '절실' 
이런 가운데, 연구소들은 섣부른 정책대응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어설프게 더 강도높은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현 상황에선 폭등보다 더 무서운게 폭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소들은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는 최근 정책들을 조율하고, 주택 수급에 관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 박 연구원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도 의미가 있으나 두가지가 합쳐지면 파괴력이 커진다"며 "완만한 속도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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