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장벽 강화…對美·對中 수출 타격+원화 절상 부담 가중
美 연준 수장 교체 가능성…"'긴축' 시기·속도 예측 불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글로벌 경제 흐름도 대변혁을 맞을 전망이다.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으로 대표되는 '트럼피즘' 정책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 위축과 함께 우리 기업의 수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금융 시장의 불안 양상도 본격화될 수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의 국내 상황과 결합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는 제조업 부흥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국내 일자리 창출을 정책 우선목표로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 강화 등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우려하듯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정부의 통상 장벽이 높아지면, 글로벌 교역 위축과 함께 우리 기업의 수출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미 직접 수출 뿐만 아니라 중국 수출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도 중장기적으로는 절상 압력을 받으면서 수출 기업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수입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 등의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내걸었다. 특히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징벌적 45%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이 가시화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기까지 부각된다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양 국가에 대한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39.3%에 달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반덤핑, 상계관세 등을 통해 중국에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중국 경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 자체적으로도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제재 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중국 경제와 함께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 경제도 함꼐 둔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하면서 전면 개정을 주장해온 만큼, FTA 철회나 재협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극단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58억달러로, FTA 체결 이후 흑자규모가 꾸준히 늘어왔다. 현재 '환율 관찰국' 지위를 부여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계하면서 원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자국 내 제조업을 대체할 것으로 우려되는 산업들, 철강, 가전제품, 섬유 등에 대한 보호주의, 관세 부과 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트럼프 집권 이후 내년 무역제재가 본격화되면 원화도 절상 압력을 받아 우리 수출에는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증폭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트럼프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9월 하원 청문회에서 "(경제) 상황이 지금과 같이 이어지고 새로운 위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연준의) 동료 중 다수는 올해 그런(인상) 방향으로 한 단계를 밟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언급한 '새로운 위험 요인'에 트럼프 당선이 해당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옐런 의장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이 공화당 당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임기가 끝날 경우 교체하겠다는 언급을 거듭해왔다. 옐런 의장은 오는 2018년 2월 임기가 만료된다. 트럼프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근에는 저금리 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공화당은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지지만, 시장 일각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12월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공세적 금리 인상 등 파괴적인 통화정책적 변화가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당장 트럼프의 정책 스탠스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내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