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수순' 한진·'위태로운' 현대…침통한 해운업계
'청산 수순' 한진·'위태로운' 현대…침통한 해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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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롱비치 터미널. (사진=한진해운)

전문가들 "정부 구조조정 실패…금융논리 접근 아쉬워"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청산 결정을 눈앞에 뒀다.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 2M에 정식 가입이 아닌 전략적 협력관계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현재 한국 해운업이 위기를 넘어 침몰수준에 이르자 해운업계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낫다는 내용의 실사보고서를 이번 주 중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계획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 청산가치를 1조9000억원으로 산정해 존속가치 8000억원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한진해운 청산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가 된다. 정부는 현대상선을 세계 5위의 글로벌 원양선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 역시 사실상 아웃"이라며 국내 해운업은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현대상선은 2M과의 협상이 '반쪽' 가입이란 혹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과의 치킨게임에서 경쟁력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2M과의 협력기간인 3년간 대형선박에 한해 신주 발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2018년 말까지는 무리한 선대 확장을 지양하고, 원가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실을 다진 후 사업 확장에 나서 현재 45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인 선복량을 2021년까지 80만TEU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경쟁력을 상실한 선사들의 퇴출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최근 독일 선사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기로 했고, 일본 3대 선사(NYK, MOL, K-LINE)는 컨테이너부문 통합을 결정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몸집을 키우는 글로벌 선사들과 달리 국내 해운사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현대상선이 내실을 다지고 난 2018년 이후에는 대형 화주들과의 운송계약을 맺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이 실패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 방식이 경쟁력 상실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알짜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부채비율 400%(선박펀드 기준) 맞추기에 급급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조정을 우려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유동성 지원은 없다"고 못 박으며 매각을 부추겼다.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인 롱비치터미널도 결국 스위스 선사인 MSC 손에 넘어갈 전망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이 구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MSC가 사들이고, 현대상선은 소수지분만 갖기로 했다. MSC는 현재 터미널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분 일부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국내선사 자산이 해외선사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복량이 최소 100만TEU는 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으로 현대상선은 근해선사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정부의 구조조정 칼끝이 결국 양대 국적선사를 관통했다"며 "금융논리로 접근한 구조조정이 이같은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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