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조양호 회장…위기의 한진그룹, 탈출구는?
'사면초가' 조양호 회장…위기의 한진그룹,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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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한진해운 사태 사재 출연 미흡" 비판 여론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자녀들 계열사 지분 정리

▲ 조양호 한진 회장 (사진=한진)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조양호 한진 회장이 최근 몇 년간 나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함께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이 사라졌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던 계열사에서 자녀들이 물러났다.

여기에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최근에는 자택 수리에 회사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궁지에 몰렸다.

◇한진해운 공중분해 막을 수 없었나?

한진해운은 국적선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때 4위까지 오르면 ‘해운 한국’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하늘에는 대한항공, 바다에는 한진해운, 육상에는 한진고속과 한진택배로 육해공을 모두 아울렀던 한진그룹 입장에서 한진해운은 중요한 한 축이었다.

하지만 해운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수익은커녕 무리하게 빌렸던 배의 용선료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결국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지만 한번 기울어진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무리였다.

조 회장은 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며 채권단에 SOS를 청했지만, 채권단은 조 회장의 결정이 미흡하다며 도움을 거절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최근 한진이 미국 LA에 월셔그랜드센터를 완공하면서 한진해운 얘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월셔그랜드센터를 짓기 위해 1조1000억원을 투입한 한진이 이 중 일부를 한진해운 살리기에 보탰다면 채권단도 태도를 바꿀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힘을 보탰다면 한진해운의 회생은 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분석이었다. 그렇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조 회장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자세와 조 회장의 과감하지 못한 사재출연 의지로 인해 한진해운이 사라져 버린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입장이다.

◇ 유니컨버스 지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그간 이득 충분히 챙겨"

조 회장이 아직까지 경영 일선에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6월 15일 계열사인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전문경영인들을 통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내부거래를 해소키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을 맡아왔던 유니컨버스가 내부거래를 통해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있던 것을 눈여겨 봐왔다. 그러던 참에 김상조 위원장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조 회장뿐만 아니라 조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은 보유하고 있던 유니컨버스 지분을 전량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하며 공정위의 조사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의 움직임이 있기 전에 내부거래 사슬이 끊어진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미 배당을 통해 이익을 취해 조 회장 일가로서는 아쉬울 게 없을 것이란 평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자택을 수리하면서 회사 돈을 썼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 금액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같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회장은 처벌을 면키 어려울 수도 있어 한진그룹 전체에 비상등이 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사드 여파로 휘청

한진이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그룹의 모양새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1961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의 여파로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대한항공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내를 비롯한 해외 노선을 넓히며 경쟁이 심화됐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1조73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1조5448억원 대비 1.62% 성장하는 데 그친 금액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1208억원을 올려 전년 8831억원보다 26.92%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조8660억원을 기록해 전년과 거의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1915억원을 올려 전년 3233억원 대비 40.76%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올해 영업이익이 1조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않고 있어 그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의 전망을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많은 업종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며 "특히 항공, 면세점 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듯하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쌓아놓은 여력이 있어 버틸 수 있겠지만 장기간 불황이 이어진다면 자칫 안 좋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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