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칸 정부 배제, '독자협상'에 사활 걸어야"
"아프칸 정부 배제, '독자협상'에 사활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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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칸 정부 믿을 수도 없고, 협상력도 한계"
"탄레반, 우리협상팀과 직접협상 의사는 분명"
"단박 해결보다 시간벌며 대화통로 유지 중요"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아프칸 인질사태의 실마리가 마침내 풀릴 것인가? 탈레반이 한국대표단을 직접 만나 인질 석방문제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무라주딘 파탄 가즈니주지사가 말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특히,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도 AFP통신에 이어 몇시간 뒤 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런 가운데, 돌연 아프칸정부협상단이 협상중단을 선언했다는 보도가 튀어나오면서, 또 다시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러나, 현싯점에서 아프칸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측 협상단이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아프칸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그 어떤 도움을 준 적도 없을 뿐아니라, 때로는 되레 방해하는 듯한 인상마져 줬다. 내전상태에 있는 현재의 아프칸 정권은 탈레반의 정권전복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협상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우리가 먼저 인정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탈레반이 우리측과의 직접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지금까지의 대화통로를 활용해 독자적으로 협상을 밀고나가야 한다.    

■"협상상대는 탈레반, 외교상대는 미국"
파탄 주지사가 "직접 면담을 희망하는 한국 대표단의 요구를 탈레반이 수용했으며, 현재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만날 것인지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중"이라고 말했다는 통신보도는 사실로 보인다.

1일부터 한국협상단의 인질 면담 가능성과 함께 양측간 직접현상설이 지속적으로 흘러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이번 보도 또한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일 거론 됐던 문제가 이례적으로 재론되는 데다, 이번에는 실무협상(구체적인 방법)을 논의중이라는 데 까지 보도 내용이 진전돼, 그 가능성은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AFP이외에 알자리라도 같은 내용을 보도한 점도 주목된다. 여기에, 인질들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탈레반측도 협상에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우리협상단이 탈레반을 직접 만날 수만 있다면, 이번 사태는 어떤식으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 동안 협상이 성과를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간접적인 협상통로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한 정보 부재와 그에 따른 탈레반측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등을 파악할 수 없었던 데 있기 때문이다.
일부언론(뉴스위크)이 몸 값을 엉뚱한 데 지불했을 수도 있다는 미확인 보도가 그 단적인 예에 해당한다.

때문에, 우리협상단이 탈레반측의 의중만 정확히 파악할 경우, 시간을 벌면서 실질적이고도 효율적인 협상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직접협상이 성사될 경우,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대화의 통로를 확실하게 확보해 놓는 데 중점을 두는 접근방식이 기본전략이 돼야 한다. 
 
<>만약, 직접 협상이 성사된다면 전략은?

■군사작전? "희생만 커진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냉정히 되돌아 보면, 탈레반이 한국인들을 인질의 표적으로 삼은 것은, 그 것이 선교든 봉사활동이든 목표하는 바가 분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전선이 단순한 아프칸 정부군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등 서방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듯 싶다. 즉, 자신들의 존재를 종교적 도구를 활용해 대외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전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아프칸 정권을 전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대로, 자신들의 포로(죄수)와의 맞교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일종의 정치군사적 목표하에 인질극을 감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적어도, 포로를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반반정도 밖에 안된다는 인식하에 일을 저질렀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도 보다 냉철해 져야한다. 탈레반이 노리는 정치군사적인 목표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남은 인질들의 목숨중 그 어느 한 사람도 똑같이 소중하겠지만, 자칫 이런 정서적 취약점(상대편의 심리전)에 휘둘리는 것은 오히려 모두를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외교적 고립 '부담...여성인질 살해 협박은 '협상카드'?
더구나, 이미 두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한 상황이다. 현싯점에서 최선책은 탈레반과의 무력충돌을 피하면서, 외교적으로 최대한 고립시키는 전략이 가장 유효하다. 군사작전은 지형적인 특성 등으로 승산이 없다. 미군이든, 아프칸 정부군이든, 한국군이든 안된다. 인질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희생만 치를 뿐이다. 답답하더라도, 국제적 여론조성과 관련국간 유기적인 협조로 자신들의 목표가 인질극을 통해 얻어질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몸값'을 얻어내는 것이외에는 결코 득이 없다는 자각을 하게되는 싯점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려면, 순간 순간이 중요하겠지만, 조급증을 버리는 듯한 '협상태도'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피랍인질들의 건강상태 파악과 구급약 제공, 응급조치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인질과 석방 가능한 포로 맞교환 '최선책'?
만약, 탈레반이 끝까지 포로와의 맞교환을 고수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몸값보다는 '포로(죄수)구하기'가 이번 인질극의 본질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여성인질만이라도 구출하겠다는 현실적인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고육책도 불사해야 한다. 탈레반은 여성인질도 살해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고도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의 정신적 기반이 이슬람원리주의(순니파:극우적 성향)임을 감안할 때, 여성인질 살해위협은 '압박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여성인질 살해는 '범아랍권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에 그렇다. 탈레반 입장에서 명백히 득보다 실이 크다. 탈레반은 한 번 정권을 잡은 경험이 있는, 현재의 아프칸 정권보다 원칙주의적이고 영리한 집단이다. 따라서, 여성인질 살해 위협은 그 만큼 자신들도 다급하고, 인내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증으로 봄이 적절하다. 물론, 최선책은 미국과 아프칸 정부를 설득하든 압박하든, 탈레반이 요구하는 '인질과 포로 맞교환'을 성사시키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한국민으로서는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미국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그같은 선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美-UN과 함께 '카불'(아프칸 정부)압박을!
다만,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그러니까 아프칸 정부 관할(미국의 영향력이 적은)하에 있는 탈레반 포로와의 맞교환 여지는 남아 있어 보인다. 이 또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미국의 대테러정책에 훼손이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러니까 명분을 세워주면서 미국과 UN등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냉정히 평가한다면, 미국입장에서 보면, 아프칸 보다는 한국이 더 부담스러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부시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압박과 협력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말한 여성인질 구출과 수용가능한 포로와의 맞교환에 전략의 초점을 맞출 경우 최악의 상황은 면하는, 차선의 성과는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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