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500만명 돌파···해외여행 패턴 바꿔
고객 피드백이 곧 혁신으로···"디테일이 경쟁력"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디테일입니다. 이를 고객들로부터 얻고 있는 만큼, 사실상 여러분들이 지금의 트래블로그를 만든 셈입니다."
김충영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 차장은 출시 약 2년 만에 가입자 500만을 돌파하며 업권 내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트래블로그의 흥행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트래블로그의 홍보와 SNS 기획·운영, 제휴 등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고객 후기 하나하나에 항상 진심이라고 강조하며 멋쩍게 웃었다.
김 차장은 "매주 주간 회의때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 대해 직원들이 모니터링한 결과를 공유하고, 불편하다는 댓글 대부분을 피드백한다"며 "당장 기억나는 불만들만 나열해도 '이틀 뒤 출국인데 당장 발급 받을 수 없냐', '그냥 쓰니 승인거절이 나더라', '하나은행 계좌를 뚫는 게 귀찮더라' 등 수십개가 떠오른다"고 소회했다.
그러나 고객들이 지적한 내용들은 고스란히 트래블로그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그는 "올해 출시한 서비스를 보면 2월 은행 직접 발급을 시작했고, 4월엔 오픈뱅킹을 시작했다. 이후 차액 자동충전, 외화송금하기 같은 기능들이 추가됐다"며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한 내용들을 개선했을 뿐인데, 수많은 가입자나 시장점유율 1위 같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트래블로그는 100% 무료 환전과 수수료 없는 여행을 내세운, 하나금융그룹의 대표 해외여행 서비스다. 고객의 환전 패턴을 바꿔놨을 뿐만 아니라, 업권내 소위 '트래블카드' 경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2월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김 차장은 "코로나가 터졌을 당시 글로벌사업부에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해외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해외직구'뿐이었고, 특별한 기획이 나오지 않아 회의에 회의만 거듭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으로 남는 '여행'이란 화두에 꽂혔고, 언젠간 코로나가 종식되면 해외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소 헤맸지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환전'과 '결제'에 포커싱해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 위에 여행이라는 콘텐츠만 덧입힌 것이 지금의 트래블로그"라고 설명했다.
다만 덧입혔을 뿐이라고 했던 작은 변화들은 트래블로그를 지금의 자리로 올려놓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초창기엔 환율 우대가 되는 통화가 몇 종인지, 그리고 ATM 출금수수료 무료 등과 같은 혜택 위주로 홍보하기 바빴다"면서 "그러나 타사 서비스가 계속 나오면서 이 같은 혜택들은 모두 표준화됐다. 결국 혜택만으론 차별화하기 어려우니, 서비스의 질로 판가름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흥행은 여행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졌다. 김 차장은 "최근 고객들의 환전 데이터를 뽑아 봤는데, 영업시간에 이뤄진 환전은 3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주말이나 저녁, 밤 시간대였다. 국내 은행에서 미리 해두는 환전 대신 여행지에서 직접 환전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환전이 편해지니 미리 한번에 바꿔놓는 패턴에서, 소액으로 여러번 하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고객도 환전 등에 신경 쓸 부분을 여행을 즐기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말은 단순 슬로건이었는데, 정말로 바꾼 셈이 됐다. 이젠 팀원들 모두가 그 말을 즐긴다"며 전했다.
최근 업권내 불거진 트래블카드 경쟁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차장은 "당연히 쫒기는 느낌이지만, 여러 플레이어들이 생기면서 오히려 더 많이 회자되는 부분이 있다. 많은 트래블 서비스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트래블로그구나 하면서 잘 몰랐던 분들도 인지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트래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차장은 "트래블로그라는 서비스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고, 그룹내 다른 서비스의 이용도 늘었다. 실제 초창기 트래블로그를 통한 여행자보험 가입률이 5%도 안됐다면 이젠 40~50%로 늘었다. 직접적인 수익이 크지 않아도 그룹 차원에서 보면 플러스되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특유의 '힙한' 디자인에 대해서도 자랑했다. 김 차장은 "직원으로써가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봐도 하나카드에서 이렇게 감각적인 디자인이 나온 경우가 있었나 싶다. 계속 보면 팝(POP) 적인 느낌이 있지 않는가. 실제 스페인에 갔을 때 스탬프형 카드를 내밀자 예쁘다고 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고 칭찬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심플모드'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해당 서비스는 해외여행에 필수적인 환전이나 결제, 그리고 고객이 주로 쓰는 일부 서비스를 제외한 불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빼 앱의 구동속도를 최대한 높인 서비스다.
그는 "최근 회의에서 로딩속도에 대한 피드백이 나왔다. 단순 몇초일 뿐이라도 (결제환경이 좋지 않은) 해외라면 결제가 크게 지연될 수 있지 않는가. 몇초를 절반으로, 그게 어렵다면 몇초가 남았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끔 안내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해당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차장은 "한해 해외로 나가는 분을 1000만명에서 12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지금은 절반 정도지만 쭉 성장해서 해외로 나가는 모든 고객들이 이용하는 압도적인 해외여행 서비스로 발돋움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