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딩뱅크의 조건
진정한 리딩뱅크의 조건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권 대형화에 대한 옳고 그름의 논의가 한 풀 꺽인채 하나+서울, 신한+조흥간 합병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은행권 대등합병 1호로 꼽히는 국민은행에 대한 뉴스 집중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자산 220조 ‘공룡은행’의 수장인 김정태 행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도를 넘었다. 그야말로 한국은행의 박승 총재나 ‘통화정책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의 발언 못지 않은 게 김 행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다.

어떤 경우에는 그 이상이다. 국민은행을 담당했던 기자가 타 은행을 맡게 되면 “어! 일거리 줄어서 좋겠네”란 말이 이구동성으로 터진다. 하지만 곧이어 “기사꺼리 없어서 어떡해”란 말이 이어진다.

우스개 소리지만 그만큼 국민은행이 은행권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의미다.

김 행장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증권사 출신 CEO가 옛 주택은행의 사령탑을 맡았고 통합국민은행의 초대 행장까지 등극, ‘스타’로서의 이름값을 충분히 발휘했지만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그 인기를 유지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김 행장 자신이다.

월례조례가 대표적 예다. 은행권의 일반적인 정기 조회가 금융권의 관심을 끄는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이 자리에서의 김 행장 발언은 은행 전략, 조직, 인사에 대한 ‘복선’이기 때문. 또 김 행장의 이같은 암시는 단순한 ‘경고’가 아닌 조만간 이뤄질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 행장은 시장과 은행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피해가는 법이 없다.

행장 낙마설부터 감사원 지적사항, 조직 통합 문제까지 껄끄럽고 예민한 사안을 거침없이 말하는 게 김 행장 스타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달 1일이면 기자들의 발길은 국민은행으로 향할 수 밖에 없고 기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또 이를 크게 보도하게되는 현실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업계의 진정한 리딩뱅크로서 타 은행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진 금융기법이나 영업 스타일과 관련된 이슈를 제기한 적이 있었는 가를 돌이켜 보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합병은행 성공의 열쇠라 할 수 있는 ‘ 조직의 화학적 통합’에 있어서도 좋은 선례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또, 지속적이고 소리없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소형 은행을 너무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