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IPO 시장별 온도차 극명…지난해 '외화내빈' 재현?
올 IPO 시장별 온도차 극명…지난해 '외화내빈'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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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리츠 등 코스피 상장 요원…코스닥 새내기株, 공모가比 평균 57%↑
잇단 '大魚' 부재에 '공모액 10조' 전망 무색…"하반기 등판 예정기업 지켜봐야"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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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규모별로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공모액만 조(兆)단위에 '대어'(大魚)급으로 거론되며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을 목표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 입성이 불투명해진 것. 반면 코스닥 시장에 무난히 진입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웃도는 수익률을 시현하며 순항 중이다.

이에 올해 총 공모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당초 전망이 무색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소규모 상장 기업은 늘고 전체 공모액은 대폭 쪼그라들었던, 지난해 IPO시장에서의 '외화내빈' 양상이 지속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홈플러스리츠는 지난 14일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행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첫 조 단위 규모의 한국물 공모 리츠가 낯설었던 점과 불안정한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등이 홈플러스 리츠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리게 했던 한계로 관측된다. 

홈플러스리츠는 공모 희망가(4530~5000원)를 기준으로 1조5650억~1조727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는 최고가 기준, 지난해 IPO 시장 전체 공모금액(2조6000억원)의 66.4%에 달하는 수준이다.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다면 시장의 큰 활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홈플러스리츠 전에도 올 들어 IPO시장에서 대어급의 부재는 잇따랐다. 공모액 2조원대로 추산됐던 현대오일뱅크는 IPO에 나서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분의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프리IPO)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주주의 자금 조달이 이뤄진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IPO는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같은 대형 정유사인 SK루브리컨츠의 경우 2012년,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 번째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기대를 밑도는 몸값을 책정받자 상장을 철회했다. 시가총액 8조원 규모인 교보생명도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분쟁이 심화한 까닭에 상장이 요원하다. 한화그룹 계열 방산·전자 및 시스템통합(SI) 업체 한화시스템과 롯데컬처웍스도 상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 IPO시장은 달아올랐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 속 회계이슈 등 불확실성에 상장을 연기했던 대형 기업들의 잇단 출사표가 예정되면서 연간 공모 규모도 최대 10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는 삼성생명(4조9000억원) 등이 상장했던 지난 2010년(10조907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대어'들이 연이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에 반해 코스닥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다. 새로 상장한 기업들은 앞선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 속 희망가 최상단을 초과한 범위에서 공모가를 확정했고, 이후 주가도 크게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올해 신규 상장한 7개 코스닥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57.1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닥지수 상승률(10.04%)과 비교해 5.7배 높은 수준이다. 가장 많은 수익률을 시현한 종목은 화학소재 생산업체 천보다. 지난달 11일 공모가 4만원에 상장한 천보는 전날 7만7900원으로, 한 달 반 만에 가격이 94.75% 뛰었다. 

또 △미래에셋벤처투자(71.11%) △셀리드(69.7%) △웹케시(68.07%) △에코프로비엠(52.08%) △노랑풍선(44.5%) 등도 뚜렷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신규 입성한 의료정보시스템 업체 이지케어텍은 상한가로 직행하며 산뜻한 신고식을 치렀다. 유일하게 공모가를 밑도는 이노테라피는 하락률이 -0.28%에 불과하다. 

IPO시장에서의 중소형 기업과 달리 대형 기업의 존재감이 미미하면서, 지난해 시장의 '외화내빈' 양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총 79개 기업이 공모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7곳 증가한 수준이자, 이전 5년 새 최대 물량이다. 하지만 공모액은 무려 63%(4조9270억원) 급감한 2조8198억원에 그쳐, 되레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코스피시장에 신규 입성한 9개 기업의 공모 규모를 합해도 9166억원에 불과해 지난해(4조4484억원) 대비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어 기근'에 시달린 결과였다.

증권사 한 스몰캡 연구원은 "올해도 1분기부터 대어급 기업들이 연이어 증시에 출사표를 거둬들이면서 지난해와 같은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대오일뱅크와 홈플러스리츠가 자타의로 성장 의지를 접은 것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시 회복 조짐 속 하반기 대형사와 다양한 업종의 등판이 예정돼 있어, 향후 시장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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