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 취임에 기업은행의 금융지주 전환과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 숙원사업이 임기 중 해결될 수 있을 지 은행 안팎의 기대가 모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 IBK캐피탈, IBK저축은행 등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이다. 시장에서 KB·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금융그룹과 직접 부딪치며 경쟁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은 은행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합병(M&A)하며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반면 기업은행은 정부의 눈치 때문에 금융지주 전환 등 사업 확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 지원·육성이라는 취지에도 지분투자 제한 등 규정이 있어 지원에 한계가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처럼 예산을 받지 않아도 정책금융 등 정부 추진 사업을 집행할 수 있다. 기타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고 지주 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의 지주 전환은 지난 2007년 강권석 전 행장이 언급한 이후 윤용로 전 행장과 조준희 전 행장, 김도진 전 행장으로 이어지면서 숙원사업으로 남았다.
특히 김도진 전 행장의 경우 2016년 취임 당시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주 전환 이슈에 대해 묻자 "국회와 정부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윤 행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자격 미달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분야에 종사해 왔고 청와대 경제금융 비서관도 했고, 우리 정부 때 경제 수석,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해 경력 면에서 미달하는 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윤 행장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날 발표한 기업은행 노사 공동선언문에서 엿볼 수 있다.
기업은행 노사는 28일 노사 공동선언문을 통해 희망퇴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안고 있는 숙제를 해결하겠다고 명문화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은행장이 되면 자산 성장은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국책은행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외형적 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윤 행장 처럼 청와대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사가 행장으로 오게 되면 정부나 국회도 해당 은행의 요청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 회장에 선임된 이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고, 산업은행을 지주전환한 바 있다.
윤 행장은 이날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은행의 희망퇴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제가 와서 요술방망이를 갖고 딱 치면 해결될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갖고있는 특수성, 경쟁하는 기관들과 차이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제도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걸로 안다"며 "여러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같은 위치에 있는 은행들과 공동으로 노력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