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씨, 企銀 새 행장 '부전승'?
윤용로 씨, 企銀 새 행장 '부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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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씨 돌연 사퇴...나눠먹기-청와대 개입說 등 뒷맛 '씁쓸'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기업은행장 유력 후보 중의 한 명인 진동수(58)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14일 응모를 자진 철회함에 따라 단수 후보로 남은 윤용로(52)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사실상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굳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상대선수가 갑자기 글러브를 풀고 링위에 오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종의 '부전승'을 하게 된 셈이나 진배 없다.
 
그런데, 정권 말기 청와대의 개입 흔적때문에 뒷 맛이 개운치 않다. 찜찜하다. 얼마전 강권석 전 행장이 지병으로 젊은 나이에 임기 중 안타깝게 타계함으로써 공석이 된 자리여서 더더욱 그렇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자리 나눠먹기'니 '386 권력 실세들의 막판 뒤집기' 소문까지 가세하는 등 말들이 많다.

진 전 차관은 은행장후보추천위에 보낸 사유서를 통해 "현 상황에서 면접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많은 고민 끝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치 들러리를 서는 형태가 돼 버렸고 후배와 자리를 다투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괴롭다"며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시 17회인 진 전 차관은 21회인 윤 부위원장보다 4기 선배.

기업은행장 선임은 대주주가 정부인 공모제. 하지만, 관행적으로 차관급 전현직 관료(특히 재경부)가 가는 자리로 인식돼 왔고, 대부부 인사가 실제로 그랬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달 초만 해도 진 전 차관은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역대 재경부 차관 출신과 달리 그는 7월 아무런 자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퇴임했기 때문.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중도에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경쟁 상대로 등장한 것. 이 부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피감독 대상인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역시 차관급)에는 2년간 못 나가게 돼 있는 형편이다. 자리 경쟁이 벌어지자 재경부와 금감위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주 물밑 접촉을 갖고 교통정리에 나섰고, 일단 진 전 차관을 기업은행장 단일 후보로 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이제 '뻔한 절차만 남았구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청와대 386참모들이 진 전 차관의 성향과 과거 행적을 문제 삼으면서 구도는 다시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차관은 차관 시절 '일방적 대북 지원'에 반대했고, 남북 경제공동위원회 때 대북 지원을 놓고 386 실세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 그는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돈세탁 사건 때 수출입은행을 통해 해결하자는 386 실세들의 요청을 거부해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대안으로 윤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그는 공모 마감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모 처로부터 '응모에 신청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위원장은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시절 수협 부실을 해결하며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객관적으로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물이라는 평판이다. 문제는 석연찮은 절차와 과정에 있다. 그렇다 보니, 금융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무늬만 공모일 뿐, 정권 말기의 나눠먹기 식 인사라는 비판도 그래서 제기되는 듯하다.
 
이와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불필요한 이야기다.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며 개입설을 부인했다. 

한편,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에도 각각 박대동 금감위 상임위원, 이철휘 재경부 장관 특별보좌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보다 폭넓은 후보군을 확보하겠다"며 13일 마감한 예보 사장 공모를 18일까지로 돌연 연장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뭔가 자꾸만 꼬여가는 듯한 '좋지 않은' 인상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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