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에 나설 가능성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58조원에 달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 환불금 잡기에 나섰다. 금리를 바짝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단기자금 운용에 유용한 예금 특별판매(특판) 상품까지 내놓으며 저축은행간 유동성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이달 말까지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한 상품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을 특별판매할 예정이다. 이 상품의 특판 금리는 세전 연 1.8%로, 가입금액은 10만원부터 30억원까지다.
만기 시점은 3년이지만 가입 후 다음날 해지해도 약정 이율이 모두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중도 해지의 불이익이 없어 단기자금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게 OK저축은행 측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이 특판에 나선 것은 빅히트 청약 환불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지난 5~6일 진행된 빅히트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는 58조4237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중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돈은 오는 8일 투자자들에게 환불될 예정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공모주 청약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예금 금리 인상을 택했다. 앞서 9월에 줄줄이 이어졌던 업계 금리인상 행렬이 이달에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5일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1.6%에서 1.7%로 0.1%포인트(p) 올렸다. '비대면 정기예금'과 '뱅뱅뱅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기준 각각 0.1%p 인상된 연 1.75% 금리가 적용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계획 중이다.
NH저축은행은 이날 만기 12개월인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1.7%에서 0.1%p 인상한 1.8%로 제공하기로 했다.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 상품 금리도 1.6%에서 1.7%로 올렸다. 이 밖에도 스마트저축은행과 드림저축은행, 대한저축은행도 이달 들어 일제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2개월 기준 정기예금의 금리 인상폭은 각각 0.16%p, 0.2%p, 0.2%p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금유출 규모가 크지만, 청약일이 지나면 빠져나간 자금의 대다수가 다시 저축은행으로 돌아온다"며 "관건은 돌아오는 고객들의 자금을 유인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은 한동안 높은 예금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도 교촌에프앤비 등 대형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청약 환불금을 다시금 공모주 청약에 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저축은행으로 몰릴 대출 수요를 대비해 여신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부터 저축은행에도 예대율 규제가 도입돼 소비자가 맡긴 예금에서 110%까지만 대출을 집행할 수 있다.
다만 인상한 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빅히트까지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공모주 청약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업계가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세 차례 금리를 올렸던 JT저축은행은 최근 수신상품 금리를 낮췄다. 만기 12개월 이상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기존 2.35%에서 0.45%p 인하한 1.9%로, 비대면 회전정기예금 금리는 2.45%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을 거듭할 때마다 자금 유출 속도가 빨랐던 것처럼, 청약이 끝난 후 자금이 돌아오는 속도도 빠르다"며 "증거금까지 돌아온다면 수신고를 확보한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리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