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배당규모 고심···'중간 배당' 나서나
NH농협금융, 배당규모 고심···'중간 배당'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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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는 당국 권고에 일제히 낮춰
농협금융, 정관 변경 없이 '중간 배당' 가능
올해 하반기 '주주 이익 환원 조치' 준비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을 일제히 낮춘 가운데, 장고에 들어간 NH농협금융지주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 지원'을 위해선 배당성향을 권고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농협금융이 타 금융지주처럼 우선 배당성향을 20%로 맞춘 뒤, 별도의 '당근'을 제시하는 방안을 통해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달 말께 개최되는 주주총회 때 배당성향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배당성향과 배당 총액 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그룹과 은행들의 올해 배당성향을 20%에 맞추라고 권고했다. 배당보다는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등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배당금 축소 결정을 내렸다. KB·하나금융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배당성향을 권고 상한선인 20%로 확정했으며, 우리금융 역시 지난 5일 같은 결정을 했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금융만 배당성향을 22.7%로 제시했다. 다른 지주에 비해 배당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으나, 이마저도 전년(25.97%)과 비교했을 땐 약 3%포인트(p)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선 농협금융만 아직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배당금 전액이 농협중앙회로 지급되면, 농협중앙회는 이를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배당금이 농업 진흥 사업 자금으로 쓰이는 셈이다.

농협금융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도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 배당금 대부분이 농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에 따라 배당을 실시해 중앙회의 지원 여력을 높여야 하는데,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7796억원 대비 437억원 줄었지만, 대손충당금 규모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배당이 축소된다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한편에선 농협금융이 당국의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되, 가이드라인이 끝나는 6월 이후에 배당을 늘리는 방안을 택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배당성향을 20%선으로 묶었지만, 주주 이익 환원 조치를 준비하는 금융권 분위기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로 배당이 묶인 금융지주들은 저마다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 당근책을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자본준비금(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켜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3일 정기이사회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관련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이 통과된다면 기말(연간) 배당과 함께 분기배당도 가능해진다. 신한금융은 올해 하반기 당국의 권고가 끝나면 분기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이미 중간배당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농협금융의 정관 제54조에선 '각 사업연도 중 1회에 한해 이사회의 결의로 일정한 날을 정해 그 날 주주에게 상법 제462조의3에 의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별도의 정관변경 없이 중간배당 카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2년 농협금융이 출범한 후 중간배당이 실시된 적은 없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신한금융처럼 당국의 권고를 웃도는 배당성향을 결정할 수도 있지만, 당국 지침을 벗어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당국도 6월 이후의 배당정책을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배당 등의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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