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조 발전소 '멈칫'···삼척 벚꽃 무색, 에너지가 양분한 市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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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3조원 투입하고 연안침식 이슈로 공사 중단
발전소 측 "과대 주장보다 해법 찾길···친환경 최대한"
환경단체의 연안침식 주장에 삼척발전소 공사를 중단하라는 주장에 맞서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반대 목소리가 현수막에 걸려있다. 뒤쪽이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KTX 강릉·동해선을 타고 정동진역을 지나 2시간여만에 도착한 삼척. 벚꽃은 곳곳에 만개했지만 여기저기 붙은 현수막은 엇갈린 여론을 보여줬다. 한쪽에선 환경단체에서 삼척석탄화력발전소(블루파워, 이하 삼척발전소)를 규탄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외부세력은 개입하지 말라며 지역경제와 팩트를 외면한다며 다른 플래카드를 붙였다.

삼척발전소는 총 공사비 5조원 가량을 들여 2023년 10월 본가동을 예정하고 있다.

31일 기자가 찾은 삼척은 지나는 길, 시청 앞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엔 삼척발전소로 인한 맹방해변의 침식이 환경단체에 의해 과대 허위 주장되고 있다며 당장 공사를 재개하란 목소리였다.

삼척발전소는 2018년 8월 착공 이후 지금까지 총 공사비 3조원 가량이 이미 투입됐다. 맹방해변에서 발전소가 위치한 곳까지(1.4㎞ 구간) 4개의 터널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해변 인근 주민에 대한 보상을 완료하고 공사 진행 중 연안침식 이슈로 공사가 5개월 째 중단 중이다.

공사는 원재료인 석탄이 바다에서 터널을 통해 발전소로 바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친환경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공사를 위한 연안 시설물 때문에 조류가 바뀌면서 4㎞에 달하는 해변 일부(연안) 침식이 더해졌다는 게 환경단체 주장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동해안 연안침식은 맹방해면 외에도 이전부터 지적돼온 사항이다. 맹방해면만 보면 이미 발전소 착공 이전인 2015년 8월 해양수산부로부터 각각 침식 우려와 심각을 의미하는 C와 D 등급을 받은 상황이다.

삼척발전소는 1500억원 가량 국내 최대 규모의 침식 저감을 위한 비용을 들이며 대책에 분주하다. 국내에는 대규모 수조가 없어 중국에서 수조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했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해변 4군데 침식저감시설(돌제)을 설치해 저감 효과를 확인 중이다. 그럼에도 침식 논란은 가시지 않아 발전소 측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삼척발전소의 공정율은 40% 가까이. 연말이면 68%. 발전소 입장에선 사실상 뒤로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 수천명의 공사 인력과 협력사 관계도 문제다.

삼척시와 삼척항을 배경으로 현수막이 걸려있다. 삼척발전소 공사를 놓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엇갈린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향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소 활용률이 떨어진다며 지금까지 매몰비용이 사라진다 해도 멈추는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신재생에너지가 풀 가동될 경우이고 지금으로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전제조건이 틀렸다는 반대론도 전문가 일각에서 만만치 않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발전 비중을 20%로 늘릴 계획으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에 그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당에선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업권 회수 또는 발전소 폐쇄, 공사중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전환지원법안을 발의했다. 또 각각 여당과 야당이 시장과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삼척에서는 이들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시 여론만 갈수록 분열,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에 사업자인 발전소 측은 난감해 진 가운데 공사재개만 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인근 삼성에서 연말 90% 공정율로 짓고 있는 안인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최근 공사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기술이 나아져 이산화탄소를 크게 줄인다고 발전소 측은 주장했다. 게다가 탄소포집기술이 숙성 단계는 아니지만 개발 중이어서 추후에도 기존 시설에 부가 장착이 가능해 미세먼지 등 탄소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옥인환 삼척블루파워 사장은 “공사재개를 위해 당국과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바라보기보다 냉정하게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전소는 친환경·친지역적 기업으로 시민 입장에서 유치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건설·운영할 것”이라면서 “(석탄화력에서) 마지막 발전소로 살아남은 아름다운 삼척발전소로 제 역할을 다하고 훗날 퇴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삼척발전소는 동양시멘트가 원상회복키로 한 곳에 삼척시민 96.8%가 찬성해 유치됐으나 당국 무관심과 여론 상충에 기로에 서 있다.

탈원전·탈석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년~2031년)에서도 삼척발전소는 LNG로 전환하지 않고 석탄발전키로 정부안으로 확정된 사항이다. 석회석을 채굴하던 폐광산 부지가 발전소 이외 용도로 부적합하다는 것도 작용했다.

바다로 떠밀리는 표사(漂砂)는 모래 만이 아니라 삼척 민심에도 작용하고 있어 삼척발전소 해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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