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발로 뛰는 CEO(최고경영자)'
최근 취임한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취임사를 통해 '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한 권 행장은 그의 각오처럼 소통경영을 중시하는 CEO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농협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이후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취임식을 생략한 권 행장의 첫 행보도 청년농업인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을 찾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금융지원 현황과 개선의견 등을 나누고 농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권 행장은 이후에도 중소기업, 고객행복센터, 친환경 농식품 기업 등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권 행장은 매월 정기적으로 사업추진 우수부서 직원을 격려하는 'With CEO'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권 행장이 현장 소통에 나서는 것은 사업 추진력을 더하고, 조직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현장 중심의 경영을 위해선 '현장을 직접 봐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 손병환 전임 행장이 농협금융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권준학 농협은행장을 택한 것도 이런 '활발한 현장 소통'과 '강한 추진력' 덕분이다.
추진력을 바탕으로 권 행장은 디지털 금융 선도 은행으로의 변신에 나섰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금융 선도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권 행장은 DT(디지털 전환)를 사업 영역에 적용 중이다.
DT 가속화를 위해 애자일(agile) 조직을 강화하는 개편을 했으며, 현재 7개 채널을 3개로 통합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서 농협은행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빅데이터 관련해선 '빅데이터 실무협의회'를 신설하고, 실무자들을 직접 교육하며 데이터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내외부 평가처럼 그의 전문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빅데이터 실무협의회는 전사적 데이터 활용 방안과 데이터 플랫폼 운영, 데이터 비즈(Biz) 발굴 등을 위한 협의체다. 새로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데이터에 관심 있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통해 데이터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은행권이 ESG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는 만큼, 권 행장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그는 그린뉴딜 선도 등 녹색금융 생태계 조성으로 농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적도원칙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적도원칙은 환경파괴를 일으키거나 지역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1000만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협약이다.
녹색인증 기업들에 최대 1.5%포인트(p)의 금리 혜택을 주는 ESG 특화상품 'NH친환경기업우대론'도 내놨다. 녹색산업, 친환경기업 등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ESG 선도은행으로써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게 농협은행 측 설명이다.
권 행장은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를 당부했다. 이 사자성어가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유지하면서 행동은 소처럼 부지런한 모습'을 의미하는 만큼,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도 호시우행의 자세로 농협은행의 경쟁력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그의 경영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