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 "韓·美 배터리산업 발전·친환경정책 위해 공동 노력"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2년만에 극적인 합의로 종결됐다.
이와관련 미국에서는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던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K-배터리 위기론'를 의식해 양 측이 '윈윈'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2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도 불구하고, 이는 SK 측이 감당할 만한 액수라면서 K-배터리의 장래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11일 양 사는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수입금지조치는 무효화 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며 내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공장은 내년에 준공해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앞둔 포드와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에 배터리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과 글로벌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힙의로 바이든 행정부도 고민을 덜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의 나온 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공장 가동이 중단돼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중국 등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상충한다.
결국 난처한 상황에 놓이면서 물밑에서 거부권 시한 전 합의할 것을 종용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미국 측은 자국 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우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송기간 동안 폭스바겐은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했고, 현대차도 최근 아이오닉 신규 발주 물량을 중국 CATL에 맡기는 등 K-배터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