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대비 감소에도 4분기 주택대출 수요 여전"
코로나 영향으로 中企 대출 증가···대기업은 감소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1009조원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영끌(영혼을 끌어모음)'을 시도하는 등 가계대출이 한 달새 6조5000억원이 늘어난 결과다.
은행권 기업대출도 1000조원을 돌파했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과 주식 공모 등 직접금융 조달을 늘리면서 은행 대출을 줄였지만, 중소기업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중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009조5000억원으로 전월(1003조1000억원)보다 6조5000억원이 늘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는 3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속보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크다.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은 소폭 줄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와 관련된 대출을 모두 포함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으로 구성되는 기타대출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7000억원이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87.7%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3월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박성진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4분기 중 늘어난 주택매매 및 전세 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상당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라며 "또 정부가 내놓은 가계대출 관련 대책 이전에 성사된 대출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주택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고 거래량 감소까지 이어진 데에는 아무래도 대출규제 영향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박 차장은 "신학기 개학을 앞둔 수요로 2월 전세 거래량이 늘기도 하고, 전세자금대출은 여전히 상당한 증가폭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전세가격이 안정돼 대출 감소로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주택시장이 올해 들어 관망세에 접어들었고, 거래량 감소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아무래도 대출규제의 영향도 일부 포함돼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은 8000억원 늘었는데, 전월(3000억원) 대비 오름세가 소폭 확대됐다. 이는 2월 중 상여금 및 연말정산 환급액 유입 등 전월의 계절적 요인이 해소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상승폭이 올라갔지만, 앞서 지난 1~2월에 정부의 가계대출 관련 대책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절대평가로는 상당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4조6000억원 늘었다. 3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의 증가다. 역대 최대치는 지난해 3월 18조7000억원이다. 대기업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7000억원 줄어든 17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박 차장은 "일부 대기업의 유상증자 및 기업공개 등을 바탕으로 상승한 것은 물론 최근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고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집계 산출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통계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수년 가운데 최대 상승폭인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다만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월(8조9000억원) 대비 증가규모는 줄었다. 이는 대기업대출이 전월 6000억원 늘었지만, 이달 2조7000억원 감소한 영향으로,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직접금융 조달규모 확대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속 회사채 발행을 앞당기거나, 주식 공모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은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와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계속돼 7조3000억원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