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집값 급등, 공급 부족, 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가 폭증한 국내 주택시장에 주력한 결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중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 총액은 12조57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3조6371억원보다 7.8%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9421억원으로 지난해 8714억원보다 8.1% 증가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29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209억원에 비해 89.7% 급증한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4분기 25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분기 연속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93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1조9858억원) 소폭 감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 등의 단지 준공 이익이 반영됐고, 해외에서는 모로코 등 플랜트 준공으로 이익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며 "예상치 못한 부분이 반영되는 등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653억원에서 21.5% 증가한 2009억원을 올해 1분기에 기록했고, GS건설은 1710억원에서 177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매출의 경우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4조1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조589억원) 증가했고, GS건설은 2조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4410억원)보다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해 1분기 1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240억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2조7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2조6420억원) 소폭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특히 신규수주 부문에서 돋보였다. 삼성물산은 1분기 카타르 LNG 플랜트, 대만 공항, 싱가폴 지하철 등의 공사 사업을 따내며 연간 목표(10조7000억원)의 60% 수준인 6조4030억원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2조6150억원) 144.8% 증가한 수치다.
분할 후 첫 실적을 발표한 DL이앤씨는 5개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998억원을 기록하며, 대림산업 시절 2020년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2902억원에 비해 31% 감소한 수치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신규수주 부문에서는 9727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며 선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508억원) 대비 늘어났으며, 자회사 DL건설의 1분기 수주분(4976억원)까지 포함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건설사의 영업이익 개선에 대해 주택 시장 호조를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해외 현장의 운영 정상화, 정부의 건설 투자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 1분기 실적에 대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원인은 주택사업에서 미분양률이 굉장히 낮고, 분양하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관련 부대비용이 감소한 덕분이라고 본다"며 "또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된 해외 사업장이 많았지만, 올해 1분기는 중단된 현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외 원가율 정상화로 인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 물량이 많고,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분양 시장은 호황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이 호황인 덕분"이라며 "정부가 그간 늘렸던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투자가 차츰 가시적인 효과를 내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 덕분에 2분기뿐 아니라 적어도 올해까지는 건설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