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발등의 불'···실명계좌 문턱 못 넘나
가상자산 거래소 '발등의 불'···실명계좌 문턱 못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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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FIU에 신고접수···신고 가능한 곳 '극소수'
은행 "수수료보다 금융사고로 인한 리스크 더 커"
1일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사업자 신고 기한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래소의 발걸음은 여전히 제자리다. 오는 9월까지 금융당국에 신고 접수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사실상 폐업해야 할 처지이지만, 필수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에 진땀을 빼고 있다.

당국을 비롯해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신고수리 요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은행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업계의 우려대로 극소수의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24일까지 필수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요건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등이다.

아직 FIU에 신고를 접수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20곳이 ISMS 인증을 획득했으나, 이중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이들 거래소도 은행 평가를 거쳐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다시 발급받아야 신고서를 접수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업비트는 이달에,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코인원, 신한은행과 함께 한 코빗은 7월이 재계약 시점이다. 

물론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곳이라면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아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원화 거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인 만큼 거래소들로선 실명계좌 여부에 따라 생사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고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당장 검증을 통해 실명계좌 개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졌다.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는 의견 속에서도, 최근엔 미래 먹거리 및 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 거래소와의 계약이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분위기다.

실제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케이뱅크가 업비트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50억4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5억6200만원)보다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케이뱅크가 암호화폐 광풍의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행도 빗썸으로부터 13억원, 코인원으로부터 3억3300만원의 수수료를 거둬들였으며, 신한은행은 코빗과의 제휴로 1억45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수료의 매력도 대형 거래소에 해당하는 얘기다. 아직 대다수의 은행들이 리스크를 우려해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당국 역시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데 부정적이어서다. 한편에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대형 4개 거래소 정도만 문턱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와의 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향후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모든 책임을 은행이 떠안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면서 "특히 중소형 거래소들은 예치금을 횡령하거나 폐업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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