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출-카드 전달, 대가 관계 아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불법 대부업체에 대출을 받고 원리금을 갚기 위해 체크카드를 전달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출을 대가로 접근 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1·2심 재판부와는 대치되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카드를 전달한 행위와 대출 기회가 대가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2019년 5월 목돈이 필요한 데 정상적인 대출이 어렵게 되자 불법 대부업체를 찾아 대출상담을 받았다. 이 업체는 자신들이 합법적인 대출업체가 아니라며 체크카드를 자신들에게 보내주고 카드와 연계된 계좌에 원리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상환하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A씨는 퀵서비스로 자신의 체크카드를 보냈다.
검찰은 A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면서 체크카드와 같은 전자금융거래 접근 매체를 빌려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 회수를 위해 체크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출 기회에 대한 대가로 체크카드를 전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태였던 A씨가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 매체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라며 유죄로 판단했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어 2심도 "대출받을 기회와 체크카드 교부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A씨는 대출을 받게 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카드를 전달했다"며 "카드 교부 행위가 대출의 기회라는 경제적 이익에 대응하는 대가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파기 환송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