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서울시는 그동안 보존에만 치우쳤던 도시재생을 개발과 정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대전환한다고 17일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주택 공급과 기반시설 개선에 중점을 둔 새로운 재생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도시재생 4가지 유형(경제기반형·중심시가지형·일반근린형·거점확산형)을 노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거지 재생'과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중심지 특화재생' 2가지로 간소화하고, 실행 방식은 6가지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한 주거지는 민간 주도 재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성 등을 이유로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주변에 도로·공원 같은 기반시설을 조성해 소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오 시장이 공약한 '모아주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토지주들이 지하주차장 확보가 가능한 면적(500㎡) 이상을 모아서 공동주택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재생지원센터 기능을 주택정비 지원으로 전환하고, 주민들이 요청하면 건축사·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주택정비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옥밀집지역·고도지역 등 도시계획 규제로 재개발이 어려운 곳은 기반시설 정비와 주택성능 개선 지원 등을 통한 종합적인 재생사업을 지속한다.
중심지 특화재생은 그동안 미미했던 민간개발 활성화에 방점을 둔다. 대규모(43만㎡) 가용부지가 있는 김포공항 일대에서 경제거점 육성형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현재 주차장과 창고 등이 있는 부지를 항공 관련 신산업과 물류거점으로 조성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권의 미래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도심 내 쇠퇴한 시가지에서는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민간개발로 신산업을 도입해 활력을 불어넣는 중심지 활성화형 방식이 적용된다. 용산전자상가 등 이미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중인 곳에서는 기존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거쳐 민간개발을 유도할 수 있도록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이다.
시는 이 같은 2세대 도시재생으로 2026년까지 주택 2만4000호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약 6년간 시비·국비 7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민간투자 6조3600억원까지 더하면 총 투자 규모는 7조900억원으로 예상됐다.
시는 지난 4월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1%가 도시재생 필요성에 공감했고, 그 방식으로는 개발·보존 결합이 42.6%, 개발이 31.0%, 보존·관리가 26.4%의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73.6%에 달했다고 시는 강조했다.
양용택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직무대리는 "시민들이 체감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며, 노후 주거지 개선과 민생·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