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공모액 10조' LG엔솔·카카오계열 대표 주관···미래·NH 제칠 듯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은 '대어'(大魚)들의 잇단 등장에 힘입어 연간 사상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KB증권이 상장 주관 실적에서 증권업계 선두 등극이 예상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IPO 공모 금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약 2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도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D바이오센서 등이 잇달아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영향이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총 공모액(4조5426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하반기 시장 열기는 상반기보다 훨씬 거세질 전망이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등 SK계열사가 공모액 증가에 주효했다면, 하반기엔 LG와 카카오, 한화, 현대차 계열사 등 대기업들의 공모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종전 연간 사상 최대 규모(2010년, 10조원)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시엔 삼성생명(4조8881억원) 한 곳이 절반을 점유했다면, 올해는 대기업을 비롯, 중견·중소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나서며 '역대급' IPO 시장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증권사 간 상장 주관 실적에도 시선이 모이는데, KB증권이 유수의 증권사를 제치고 1위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는 하반기 공모에 나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대표 주관한 점이 가장 주효하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액이 10조원, 기업가치는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어'다.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카카오페이·뱅크,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등 기업가치 수조 원에 달하는 기업을 단독 주관한다. 공동 주관까지 합하면 하반기에만 12개에 달하면서 업계 '깜짝' 선두 등극이 유력해졌다.
그간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 10년째 선두를 수성했던 KB증권은 IPO 등 주식자본시장(ECM)에선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지난해 IPO 시장에서 약 3624억원의 상장 주관 실적을 올리면서 1조원 안팎을 기록한 전통적 'IPO 명가'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올 상반기만 해도 단 3건에서 2000억원대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KB증권은 갈수록 확대되는 IPO 시장에 맞춰 전담 부서를 4개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국내 증권업계 최초다. 현재 45명인 IPO 관련 인력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 등 '대어'의 상장을 책임진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KB증권의 기세에 다소 밀려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예상 기업가치 40조원으로 추산되는 크래프톤을 단독 대표 주관한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지와 원스토어를 KB증권과 맡는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여러 대기업 계열사들이 증시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연간 공모액 경신도 따 놓은 당상"이라며 "IPO 부문에 확실히 공을 들인 KB증권이 돋보이는 가운데, 주관 실적에서 대형사들의 여전한 쏠림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조 원대 기업의 상장 주관 업무 경험이 전무한 KB증권이 무사히 수행할지도 관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