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배상기준을 거부하면서 배상금 지급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부실펀드에 대해 100% 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펀드 투자자들도 '100% 배상' 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 모임인 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도 기업은행에 투자원금 100% 배상을 요구하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에게 분조위 기준에 따라 손해배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안내문을 발송하고, 배상비율 산정 기준 등을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가 제시한 기본 배상비율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50%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45%를 토대로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산정한 후 최종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이후 해당 펀드를 운용하던 미국 운용사가 펀드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 규모로 환매가 중단됐다. 이후 90억원, 63억원의 상환이 이뤄지면서 현재까지 각각 605억원, 156억원 정도가 환매 중단된 상태다.
이후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5월 디스커버리핀테크채권펀드와 부동산채권펀드 투자자 2명에 대해 기업은행이 각각 투자원금의 64%와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두 펀드의 기본 배상비율은 50%, 45%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1일 핀테크채권펀드 투자자가 100%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합의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투자자를 비롯한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 모임은 현재 사적화해를 통한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배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기준을 넘어서는 '100% 배상'을 적용할 경우 향후 배임죄의 소지가 있어서다. 실제 지난 2001년 대법원은 금융사 또는 임직원이 고객에게 손실을 보전하거나 보전을 약속하는 행위를 두고 시장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100% 배상안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부실펀드 10개에 대해 100% 배상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투자자들도 다른 금융사에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은 기업은행뿐 아니라 라임펀드 판매사 신한·우리은행, 헬스케어펀드 판매사 하나은행 등에도 100% 배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100% 배상안이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훼손과 자본시장 질서 왜곡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 펀드를 전부 배상하기로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시장에는 엄연히 자기책임원칙이 존재하는데, 투자금을 전부 돌려달라는 요구가 당연시 되고 있고, 합의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