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사태 모니터링 중···전자금융업자로 등록 유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 11일에 환불을 신청했는데, 아직 머지 측에서 어떠한 답도 받지 못했다. 오프라인으로는 환불이 안 된다는 공지에 현장을 찾아가진 않았지만, 다들 불안감에 아침부터 본사로 갔다더라. 생활비 몇푼 아껴보려다가 되레 돈만 날린 꼴이 됐다."
돌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한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 환불 불가' 방침에도 당장 환불을 원하는 가입자 수백명은 머지포인트 본사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현 상황을 모르는 가맹점에서 머지포인트 사용 등 '포인트 털기' 등의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가입자 수백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했다. 머지포인트 측이 '현장 방문 시 환불 및 지급'이 불가하다고 밝혔으나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 '현장에서 금액 일부를 환불받았다'는 후기가 올라오자 앞다퉈 본사로 몰려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환불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일부 이용자들이 남은 포인트를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가맹업체에서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는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머지포인트 가맹점 일부는 뒤늦게 사태 파악을 했지만 이미 결제된 건에 대해선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 정산받을 수 있을지 모른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한 자영업자는 "어떤 손님이 테이크아웃으로 30만원어치를 포장해 가길래 큰 매상을 올렸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폭탄돌리기였다"며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용한 건 물귀신 작전이냐"고 토로했다.
식음료점과 편의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인기를 끈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기습적으로 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서비스를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이날부로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한다는 게 머지플러스 측 설명이다.
이번 사태는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상품권 발행 영업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특히 e커머스 업체와 카드사 등 제휴사가 전금업 사업자 등록 등 검증 없이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눈덩어리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그동안 머지포인트의 이용자는 100만명, 일평균 접속자수는 20만명에 달한다.
머지플러스는 "접수된 환불 신청에 대해 순차적으로 환불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전자금융업 등록절차를 서둘러 행정·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 더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밝혔다.
머지플러스의 진화에도 관련 업계에선 신속한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머지포인트와 제휴를 맺은 업체는 물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진행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형사고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면서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 정상적인 영업을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