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카자흐銀 인수…공격경영 '뒷북'?
국민銀, 카자흐銀 인수…공격경영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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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금융권 유동성 위기…"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인수에 대해 무리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금융시장에 대한 자조섞인 외신 발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으로 일관해온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나 시기적으로 투자환경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국민은행이 국내에서 자산확대가 여의치 않자 해외자산 확대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4일 카자흐스탄 BCC(Bank Center Credit) 지분 50.1%를 인수키로 결정했다. BCC는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7,321백만달러로 카자흐스탄 내 자산규모 6위의 중견 상업은행이다.
 
일단 국민은행은 인수대상 은행의 30%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약 6억3400만달러(원화 약 6200억원)를 우선 투자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이후 추가적인 주식매입을 통해 50.1%까지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본투자 범위를 넘어 경영참여를 통해 핵심역량을 함께 이전해 BCC를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선도은행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BCC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국민은행의 BCC인수가 지연된 것도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들의 경영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은행들은 예대비율 규정 없이 해외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

또 현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대두되면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올해 초 일부 외신들은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국민은행이 카자흐은행 지분을 인수한 후 몇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대외 비지니스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과연 대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지난해 11월과 12월 잇따라 카자흐 은행들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음을 상기시키며 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카자흐 은행들이 지난 3년간 과다하게 해외차입한 점과 관련한 리파이낸싱 위험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또 최근 S&P는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카자흐스탄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이같은 외신들의 평가에 대해 "카자흐 은행들은 전체 대출자산의 99%를 담보로 가지고 있어 고정이하 여신 비중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다"며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국민은행의 해외거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과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카자흐스탄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의 높은 성장율과 세계 7위의 자원보유국이라는 사실만 염두한 채 투자환경 파악에 소홀했다간  자칫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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