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버리는 대신 대내외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특유의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다소 경직돼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엠제트(MZ)세대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사내 직원 성비에도 변화가 생기자 쇄신책을 내놓은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초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 인사 제도도 도입했다. 사원에서 부장까지 7단계였던 직급 체계를 4단계(G1~G4)로 간소화하고, 직급과 관계없이 호칭은 님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소통을 위해서다. 2014년 자율 복장으로 출근하는 날을 도입한 뒤 올해부터는 이를 모든 요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은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며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합하도록 인사제도를 고도화했다"며 "광동제약의 핵심가치 중 소통과 협력, 인재 제일을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워크 스마트 프로젝트도 시작했는데,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워크 스마트 프로젝트는 사내 비효율적 관행들을 찾아 없애고 지시·보고·회의·피드백·협업 분야에서 업무 표준을 정립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 실행 후 지난해 말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의 직원들이 비효율적 관행 개선과 새로운 업무표준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여성 리더 키우기에도 앞장선다. 여성 리더 역량 향상과 조직의 다채로운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지난 5월부턴 다섯달에 걸쳐 사내 여성 리더를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열었다. 취지에 맞도록 시니어급의 여성들로 멘토진을 구성했고, 경영전략·인사관리·전략기획·커뮤니케이션 각 분야의 임원과 교수 출신 인사를 섭외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멘토링을 꾀했다.
광동제약은 이에 대해 꾸준히 늘고 있는 여성 직원에 대한 지원 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광동제약 여직원 수는 2015년 151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191명으로 26% 늘었다. 여성 직원 근속 연수도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인 8.3년이다. 직군 별 여성 직원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쌍화탕이나 비타500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을 직접 다뤄야 하는 특정 영업 부문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경영지원·개발·디자인 직군 여성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창구도 늘린다.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반영해 이종 산업과 협업을 하면서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골프복 브랜드와는 헛개차 그림을 넣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들었고, 알볼로에프앤씨의 피자 알볼로를 사 먹으면 흑미차를 주는 행사도 열었다.
지난 14일엔 창립 58주년을 맞아 회사 상징인 거북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내외부와 소통하겠다고 밝다. 캐릭터엔 제약업이 가진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혁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광동제약은 새 캐릭터가 기업의 정체성을 한층 뚜렷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