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비 등 '리스크' 감수할 만한 곳 없어"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올해도 정비사업에서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못해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홍보 예산 소모, 후발 주자 등의 '리스크'를 안고 경쟁에 뛰어들 만큼 수익성이 보장돼 있는 사업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1개 건설사의 단독입찰로 유찰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상계1구역 △마천4구역 △불광1구역 △백사마을 등이다.
상계1구역과 마천4구역은 모두 두 차례 유찰된 뒤, 각각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불광1구역과 백사마을은 각각 대우건설, GS건설 1개사만 단독 입찰해 한 차례씩 유찰된 바 있다.
서울권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입찰이 성사되는 경우가 드문 추세다. 특히 이들 지역은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대형사를 포함해 건설사가 대거 몰리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본 입찰까지 열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최근 나오는 사업장들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각 사업장을 '선점'해놓은 건설사들이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경쟁에서 지게 되면 홍보비 등의 예산은 낭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건설사들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 경쟁에 뛰어들만한 사업장들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유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별로 영업을 오래전부터 해온, 소위 '공을 들여온 지역'들이 있다"며 "이미 조합과 친밀한 타 건설사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경쟁에 뛰어들 만큼 뛰어난 사업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한남3구역, 반포3주구 등을 놓고 대형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들 사업장의 공사비는 각각 약 1조9000억원, 8000억원에 달했다.
한편, 최근 들어 아파트 브랜드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경쟁을 해보지 않아도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지방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눈높이가 전체적으로 올라갔다"며 "다른 조건들에 비해 브랜드에서 경쟁사와 너무 차이 난다고 판단되면 애초 입찰에 참여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