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1%p 오르면 이자 연 12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직장인 A씨(37·여)는 올해 5월 신한은행에서 연 4.15% 금리로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 5000만원을 받았다. A씨가 갚아야 할 이자는 총 207만5000원이었다. 6개월 뒤인 11월 A씨의 마통 금리는 연 4.79%로 0.64%p 올랐다. 마통 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6개월물이 0.66%에서 1.36%로 2배 가량 오른 데다 은행들이 대출규제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린 탓이다. 그 사이 이자부담은 32만원이 추가됐다. 여기에 자고 일어나면 금리가 훌쩍 올라있어 A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계대출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국채금리 급등,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가산금리 상승 등이 모두 맞물리면서 대출금리가 이례적인 속도로 오르고 있다.
10월 물가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힘을 싣어주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45~4.819% 수준이다. 전일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각 0.14%p, 0.005%p 올랐다.
같은 기간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97~5.377%에서 연 4.00~5.336%로 하단이 0.03%p 올랐고, 상단은 0.041%p 줄었다. 신용대출(1등급) 금리는 연 3.28~4.68%로 전일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0.21%p로 매우 가팔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8월 말과 비교하면 금리 상승폭은 더 컸다. 8월 말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62~4.19%로 이날과 비교하면 최저금리가 0.83%p, 최고금리가 0.629%p 올랐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경우 상승폭이 더 컸다. 고정금리는 연 2.92~4.42%에서 연 4.00~5.336%로 1.08%p, 0.916%p 각각 올랐다. 신용대출도 연 3.02%~4.17%에서 3.28~4.68%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26%p, 0.51%p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배경으로는 국채금리 급등, 기준금리 인상, 시장금리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데 따른다.
먼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 움직임 등으로 최근 국채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국고채 3년물은 2.108%로, 3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2%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실제 각종 가계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6개월물) 금리는 8월 0.8%대에서 11월 초 1.2% 수준으로 오르기도 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옥죄기 정책에 총량 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일제히 올린 것도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세는 대외적 상황,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대출규제에 따른 금리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있다"며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하루만에 0.2%p씩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부담은 연 12조원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