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태원, 실트론 취득 부당성 인정된다"···과징금 16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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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의 절대적 지배력·내부정보 활용 사업기회 이용 행위 첫 제재"
"회사의 이익충돌 상황서 사업기회 포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 제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시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에 대해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최태원과 SK㈜에 과징금 각 8억원 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2일 'SK㈜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행위 제재' 자료를 통해 SK㈜가 SK실트론(구 LG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뒤 잔여주식 29.4%를 합리적 사유없이 인수를 포기하고 동일인인 최태원이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최 회장이 회사의 동의를 구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켰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위법성에 대해 △'사업기회'인지 여부 △SK㈜의 사업기회인지 여부 △SK㈜가 사업기회를 제공했는지 여부 △사업기회를 '합리적 사유'로 포기했는지 여부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 여부 등 5가지 쟁점으로 구분해 들여다봤다.

먼저 사업기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의 범위를 경영권 취득과 연관되는 것으로 국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  다수의 논문 등에서 지배주주의 소수 지분 취득도 상법상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분석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잔여지분 29.4%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기회'가 아닌 '실트론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SK㈜가 이미 실트론 주식 70.6%를 취득해 나머지 지분을 취득할 기회는 수행하고 있는 사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이보다 앞서 실트론 경영권 인수를 검토할 당시 밸류업을 통해 기업가치가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던 만큼 추가적인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SK㈜의 사업기회로 봤다

공정위는 또 SK㈜가 실트론 잔여 지분을 취득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최 회장의 지분인수 행위를 묵인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제시했다. 지침은 '회사가 유망한 사업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제공객체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제공객체의 사업기회 취득을 묵인하는 소극적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최 회장은 SK㈜ 이사들이 참석한 월간회의에서 실트론 입찰 정보를 들은 뒤 4월 14일 비서실에 입찰 참여 검토를 지시했고, 법무실에서 이를 검토해 보고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최 회장 개인의 거래임에도 입찰 참여부터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에서 비서실, 재무, 법무담당 임·직원 등 SK㈜가 해당 거래를 지원한 것이라며 문제삼았다. 특히 최 회장과 TRS 계약을 체결한 한국투자증권에 "SK그룹과의 향후 딜을 고려해 비용을 낮춰달라"고 하는 등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SK㈜가 실트론 잠재 인수후보자들의 실사요청과 지분매각(EXIT)를 위한 주주간협약 체결을 거절해왔는데 이것이 최 회장이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SK㈜가 사업 기회를 '합리적 사유'로 포기했는지에 대해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실질적 측면에서 합리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실트론 입찰 참여 검토를 지시한 이후인 2017년 4월 17일(또는 18일) 장동현 SK㈜ 대표이사에게 잔여지분 입찰 여부를 물어봤으나 장 대표는 인수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같은달 21일 입찰에 참여해 28일 단독적격투자자로 선정됐다.

다음달인 5월29일 최 회장은 다시 SK㈜에 공문으로 인수 의사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는데, SK㈜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미인수방침'을 보고했고, 5월 31일 이를 최 회장에게 회신했다.

공정위는 절차적으로 봤을 때 상법상 '회사와 이사 사이의 이익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회를 개최해 이사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형태였다는 점, 동의가 아닌 '충분한 이해'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이사회 승인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질적 측면에서도 SK는 실트론의 잔여주식 매각이 공고될 때 일부만 매입할 때 자신의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반대로 사업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는 조건 변화 가능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또 최 회장이 잔여지분을 취득할 경우 실트론 기업공개(IPO)시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매각(EXIT)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익충돌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가 사실상 배제됐고 최 회장에게 귀속된 이익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실트론은 SK㈜가 경영권 인수 후 다양한 밸류업을 실행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결과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됐고,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지분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약 1967억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사실상 최초로 제재했다고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이 책임경영의 실현, 외부 투자유치, 우호지분 확보, 경영난 극복 등의 목적으로 회사와 함께 지분인수에 참여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걸 고려했을 때, 회사가 이익충돌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포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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