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는데 최태원 과징금?···재계 "공정위, 무리한 법리 적용" 지적
증거 없는데 최태원 과징금?···재계 "공정위, 무리한 법리 적용"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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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 '소극적 방식' 사회기회 제공 지적···이사회, 정보 부족으로 판단 못해
재계, 총수의 소수지분 인수때마다 이사회 판단 불가능···'사지말자' 안건상정 애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시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음에도 최태원 회장과 SK㈜에게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한 것을 두고 무리한 법리 적용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온다.

SK㈜는 이날 공정위의 발표 직후 제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SK㈜가 SK실트론(구 LG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뒤 잔여주식 29.4%를 합리적 사유없이 인수를 포기하고 동일인인 최태원이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 약 1967억원의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며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다만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 동일인 최태원이 SK㈜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으로 검찰 고발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2017년 1월 ㈜LG에서 51%를 인수한 뒤 나머지 49%의 취득 방식을 검토한 뒤 일부만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같은해 4월 6일 KTB와 보유지분 19.6%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며칠 뒤 우리은행과 10여개 업체로 구성된 채권단은 남은 지분 29.4%에 대한 매각입찰 공고를 냈고, 최 회장은 비서실에 입찰참여 검토를 지시하는 등 채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장동현 SK㈜ 대표이사와 회사 측에 인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에도 이를 보고해 회신을 받았다.

공정위는 SK㈜가 잔여주식 취득을 추후 결정하겠다고 검토했다는 사실로 미뤄,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지분인수를 포기하고, 최 회장의 지분 인수를 묵인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봤다. 이사회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재계는 공정위 말대로라면 총수들은 소수지분을 인수하기 전 이사회에 사업기회 여부와 회사가 '사지 않을지' 판단을 맡겨야 하는데 안건으로 올리기가 애매하다며, 기업 현실을 전혀 모른 채 법리를 해석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15일 전원회의에 참석해 비슷한 취지로 소명했다. 29.4% 잔여지분이 공개매각절차로 이뤄진만큼 자신이 매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 SK㈜ 이사회가 지분인수를 포기할 건지 여부를 안건으로 올리고 의결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이사회 개최 필요성에 대해서도 내·외부 법률자문과 거버넌스위원회를 거쳐 필요없음을 확인했다며 "이사회를 회피하려고 한 적도 없고 회사도 회피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심리가 끝나기 직전 최후진술에서 "실트론 지분 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개인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감안하고 추진했는데 오히려 회사 이익을 가로채려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최 회장이 전원회의에서 내놨던 입장과 의견은 이번 제재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첫 제재라고 자평하는데, 지난 10년간 관련 소송이 왜 없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도 전날 열린 '기업경영의 자유와 총수의 책임 경영' 세미나에서 "총수나 경영진의 지분투자는 일반적으로 책임경영 의지의 표출로 판단된다"면서 "모호한 해석에 의해 해당 사건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향후 기업의 지분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공정위 발표 직후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 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며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SK㈜는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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