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은행 점포폐쇄 가속화 현상에 대해 디지털·비대면화 흐름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점포 폐쇄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제휴점포 확대를 제시하는 한편, 은행업권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회장은 26일 오후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은행업 발전방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간담회의 주된 화두는 '은행산업의 디지털화'였다. 김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디지털·비대면화에 따른 금융·비금융 융합서비스 개발, 사이버리스크 대응시스템 마련, 점포 축소에 따른 불편함 해소방안 모색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먼저, 김 회장은 은행업 점포폐쇄와 관련해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협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오프라인 점포 개수가 줄어드는 것은 금융서비스의 중심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함에 따라 불가피한 추세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대면서비스 이용 비중은 2017년 10%대에서 지난해 6%대로 낮아졌다. 점포 이용 비중이 높은 고령층도 비대면 이용률이 83%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김 회장은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점포폐쇄를 억제하기보다 어떠한 분들이 창구를 어떻게 주로 이용하는지 파악한 후 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디지털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무인형·공동·편의점제휴 점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또 디지털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은행들의 데이터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빅테크들과의 데이터 싸움에서 은행권에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초개인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재료는 데이터"라며 "은행들은 이미 보유한 금융데이터뿐 아니라 비금융데이터를 확보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현행 규제체계상 은행은 빅테크에 비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도 은행은 빅테크에 상세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빅테크의 상거래 정보는 대부분 '기타'로 처리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의 비금융 진출에 제약이 되는 규제를 개선해야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경쟁력 외 은행업 발전방안으로 신탁업·투자자문업 등 겸업·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꼽았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은행이 '종합재산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업무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은행업권도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꾸준히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 중 ESG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회장은 "K-택소노미 시행, ESG 금융상품 출시 등 ESG 관련 요구사항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은행권도 ESG 전략을 투자, 대출사업 전략에 접목해 더욱 구체화해 실천해야 한다"며 "연합회는 올해 2월 중 ESG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3월경 SBTi기반 탄소중립 목표설정 매뉴얼을 개발해 은행권이 ESG경영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단된 대환대출 플랫폼의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회장은 "대환대출 사업 재추진 시기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현재로서 구축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결과를 이용하고 있는데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 금리산정 기초정보가 제한되거나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판매채널이 특정 플랫폼으로 독과점화하는 현상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연합회 이사회 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한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사회 구성원 변동 가능성이 커졌는데, 인터넷은행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대내외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현재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적극 쌓고 있다"며 "일부에서 미국에 비해 국내 은행 충당금 규모가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충당금 외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 이를 다 합치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