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대출규제 수혜···이자장사 비판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내려갔다. 대출자산을 크게 늘린 은행과 비은행 계열이 고루 성장한 결과다. 비은행부문의 경우 지난 몇 년간의 M&A(인수·합병)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을 두고는 '이자장사'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합은 14조5429억원으로 전년(10조8144억원)보다 34.5% 증가했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4조4096억원과 4조193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처음으로 '4조클럽'에 입성했다. 하나금융도 3조526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주사 출범 후 처음으로 3조클럽 달성에 성공했다. 우리금융도 순이익 2조5879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각 금융그룹의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KB금융 27.6% △신한금융 17.7% △하나금융 33.7% △우리금융 98%를 기록했다.
이번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이자이익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가계대출 규제·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19로 대출자산을 많이 불렸던 은행이었기에 이자이익도 자연스레 대폭 늘었다.
4대 금융은 지난해 이자이익만 34조7060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전년(30조3158억원) 대비 14.5%(4조3902억원) 늘어난 규모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KB금융 11조2296억원(전년 대비 증가율 15.5%) △신한금융 9조535억원(11%) △하나금융 7조4372억원(15.5%) △우리금융 6조9857억원(16.5%) 등이었다.
금융그룹이 큰 폭의 이자이익을 내면서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은행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2.21%p(포인트)로 2019년 8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금리상승기를 틈타 대출금리는 빠르게 큰 폭으로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찔끔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이 밖에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금융그룹들이 주력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별 비이자이익은 △KB금융 3조6256억원(22.5%↑) △신한금융 3조6381억원(7.7%) △하나금융 1조8643억원(14.3%) △우리금융 1조3580억원(65.2%) 등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 증가세가 컸는데, 우리카드·캐피탈 등 자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순이익 기여도도 42.6%, 42.1%로 확대됐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던 것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4대 금융의 실적 잔치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오미크론 확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신호가 계속되고 있고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증권가는 올해 금융그룹의 NIM 상승폭이 5~10bp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