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약점검③] 지르고 보는 '장밋빛 경제지표'···공수표 되나
[20대 대선 공약점검③] 지르고 보는 '장밋빛 경제지표'···공수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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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후보, '5만달러' 시대 VS 尹후보, 잠재성장률 4%
현실은 OECD 성장전망 '꼴찌'···구체화·가능성 '의문'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오는 2030년 이후 0%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들의 경제 비전 모두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강국 진입, 잠재성장률 상향, 녹색에너지 등을 통해 임기 내 국민소득 5만달러, 잠재성장률 4%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이들이 진정한 고민을 통해 내놓은 해답인지 의문을 갖는다. 이같은 공약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를 제시하고 있어 '공허한 외침'에 불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위기 극복 적임자는 나"···'각양각색' 경제공약 내놔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4%를 기록해 지난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사상 처음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세계 7번째로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가입했고, 지난해에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됐다.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둔화로 흔히 '기초체력'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오는 2030~2060년 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OECD 38개국 중 꼴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고(高)물가 상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로 더욱 악화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지만 성장률은 둔화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대선 주자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향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산업 대전환을 통해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코스피 5000 달성' 등 세계 5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초고령화사회 속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디지털·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산업으로 나아가는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현 2% 수준에서 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핵심은 정부 중심의 성장정책을 민간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창의력과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혁파하는 것으로부터 고질적인 저성장 구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견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경제의 시스템과 철학을 완전히 바꾸는 '신질서'를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노동, 시장과 사회, 인간과 지구가 공존하는 신질서를 수립할 것"이라면서 "녹색 혁신인 '그린노믹스'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찾고, 지역 경제·에너지 전환 투자 등으로 150만개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플리커)

◇ "달성 가능성 어려워···무리할 경우 되레 경제 악영향"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공약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들은 경제 비전과 함께 숱한 공약들을 내놨지만,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공약 키워드'로 내놓은 수치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이며, 이런 수치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20년 동안 꾸준히 하락해 왔다. 지난 2001~2005년 5.1%를 기록한 이후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6% 등으로 내려왔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지난 2020년(-0.9%)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뒤 '역(逆) 기저효과'로 올라선 결과다. 코로나 이후로만 보면 2%대에 머무른다.

경제를 지탱해야 할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감소한다는 점도 이들의 공약 달성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로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2017년 3757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으며, 오는 2047년에는 256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팔라지는 저출산·고령화에 우리나라 총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수)는 2020년 39명에서 2070년 117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OECD 주요국 37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 후보들 역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런 공약이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정책이기보다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라는 것.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국민소득 5만달러, 코스피지수 5000, 종합국력 세계 5위 목표를 제시한 이른바 ‘555 공약’에 대해 “임기 내에 도달할 수치는 아니다. 우리가 지향할 비전과 목표라고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10년 후 0%대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2배 높이겠다는 공약이나,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쪽이든 당선이 되는 후보는 모든 공약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보들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 '공수표'에 가깝다. 두 후보 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정 방안 마련 역시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계는 향후 대선 후보들이 무리한 목표치를 잡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을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후보의 공약 모두 우리 경제에 대한 미래를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내놓은 공약들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공약을 무리하게 집행하고자 한다면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면서 "결국 재정지출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당선자의 가장 중요한 행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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