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푸틴은 핵을 쓸까?
[홍승희 칼럼] 푸틴은 핵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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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사회의 금융제재로 인해 지난 6일 러시아 정부가 1차 부도 상태에 이르렀다는 외신이 나왔다. 실제 부도사태가 일어나기까지는 30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의 이자 지불을 막고 나서는 중이어서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항복에 준하는 종전을 서두르지 않는 한 부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국가가 많아 당장은 무역거래가 전면 중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쟁비용이 같은 기간 천연자원 수출로 벌어들이는 액수의 1.5배 가량에 달한다는 분석이어서 하루 빨리 전쟁을 끝내고 제재에서 풀려나야만 채무 이자 지급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전쟁기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쟁 소식을 정부 입맛대로 통제해 국민여론을 호도할 수는 있지만 경제적 궁핍이 지속될 경우 푸틴이 정치적 입지는 좁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미 푸틴 자신이나 가족은 물론 측근들에 대해서까지 국제사회의 제재가 확대돼가고 있어서 러시아 내부에서, 그것도 가까운 측근들로부터의 위협도 커질 것임도 자명하다.

그동안 3차 대전으로의 확전 우려와 더불어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이 끊길 경우를 걱정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던 독일 등 여러 나라들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잔혹한 민간인 학살 소식에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 따라서 서둘러 러시아를 대체할 천연자원 공급국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는 전범재판 논의까지 나오는 국제사회는 물론 러시아 내에서도 푸틴을 곤경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 입장에서도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전범재판에 세울 방법은 없어서 더욱 푸틴을 구석으로 몰아갈 기세다.

이처럼 막다른 길로 몰릴 때 푸틴은 핵사용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진다. 이성적으로는 자신도 인류의 공적이 되는 핵사용을 할까 싶지만 사방에서 압박이 가중되다보면 그것만이 자신의 살길이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푸틴은 이미 핵 카드를 한번 꺼내들었다. 핵무기를 쓸 생각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전제조건을 붙였다. '국가 안보가 위협받지 않으면'이라고. 즉, 푸틴이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핵을 쓸 수 있다는 엄포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영토 내의 유류저장탱크가 비행공격으로 불이 났다. 그 비행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사용하는 기종이어서 솔직히 누가 공격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한 게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받는 분위기다. 얘긴즉슨 러시아가 핵을 쓸 명분을 챙겼다는 것이다.

실상 전쟁에서 명분이라는 게 꼭 다수의 동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명분은 우군을 끌어들여 세력을 형성할 계기는 된다. 이후의 잔혹한 보복에 그 우군들로부터의 지지를 끌고 갈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 군이 그 많은 수의 병력을 동원하고도 초반 잠깐을 제외하면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아무런 전리품도 챙기지 못한 채 막대한 전쟁배상 책임만 떠안을 위험이 커지면 판단에 혼선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지도자의 위험한 판단에 곁에서 합리적 제동을 걸 측근들이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 러시아의 구조는 그런 일반적 상황과는 많이 달라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마 핵무기까지야 쓰겠나. 푸틴과 러시아가 동시에 망하는 길인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푸틴의 러시아군은 정말 키이우에 핵무기를 쓸 움직임을 보인다.

무기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서둘러 북부지역을 벗어나 동부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우크라이나 전부를 먹으려다 동부와 남부만 얻고 끝내려는 전략 수정으로 보는 게 대체적 견해지만 과연 그럴까 의심이 든다. 키이우 주변에서 러시아군을 모두 물린 것이 단순히 적의 방심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단순한 이유라면 좋지만 키이우를 핵이든 생화학무기든 사용금지무기 사용의 목표로 삼은 것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있나.

푸틴도 쇼이구 국방장관도 저마다 핵 대비 지하벙커로 피신했다는 소문들도 무성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핵전쟁시의 지휘센터에 왜 들어가 있다는 건지 단 1%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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