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종자본증권 흥행몰이···'4%대 금리·안정성' 강점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흥행몰이···'4%대 금리·안정성'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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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금융, 신한은행 등 추가 발행
부채 아닌 자본 인정···자본확충에도 유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하는 '윈윈(Win-Win)'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금리 상승기인 만큼 은행권은 조달금리가 오르기 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미리 확충할 수 있고, 투자자는 다른 채권 대비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은행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계열사 은행에서 발행(예정)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총 3조2630억원이다. 금융사별로 보면 △KB금융 1조1000억원 △신한금융 6000억원 △하나금융 5400억원(2700억원 예정) △우리금융 3000억원 △KB국민은행 4000억원(예정) △신한은행 3230억원 등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로 불린다. 설정된 금리에 따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상품으로, 금융회사가 자본을 확충할 때 애용하는 대표 수단이다. 금리가 높은 만큼 고객에게 이자를 많이 줘야 하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닌 전액 '자본'으로 인정돼,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회사로선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가 가장 저렴할 때 미리 발행하는 것이 유리하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통상 은행권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긴 만큼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리스크가 포함돼 있어 금리가 높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몸집을 크게 키운 국내 금융그룹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리가 높고 안정성도 보장된다는 점이 입소문 나면서 최근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발행되는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대로 2%대인 예·적금보다 높다.

실제 금융회사들은 신종자본증권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액을 기존 계획보다 증액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올해 2월과 5월 각각 6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당초 계획보다 1950억원, 1650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1월 1950억원 늘어난 6000억원, 신한은행은 이달 초 530억원 늘어난 323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우리금융도 올해 2월 900억원 증액된 3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애초 계획했던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신종자본증권으로 변경해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인 후순위채권의 경우 금리가 신종자본증권보다 낮지만 자본인정비율이 차감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후순위채 인기가 떨어지면서 금리가 뛰었고, 그만큼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금리 메리트(이점)가 떨어졌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후순위채권 금리가 많이 올라오면서 신종자본증권과의 금리 차이가 많이 줄었다"며 "자본이 인정되는 비율까지 고려하면 국민은행이 수요가 많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굳이 후순위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신종자본증권 인기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과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길지만 금리 이점과 안정성 때문에 투자자에겐 매력적이었는데, 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와 엇비슷해질 경우 투자매력이 반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 예금 금리도 3%를 바라보고 있다.

반면, 예·적금 상품과 비교해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2%p(포인트) 가까이 높은 데다 5년 콜옵션(조기상환) 조건을 고려하면 만기가 그리 긴 편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에는 통상 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설정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5년물로 인식돼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VIP들이 괜찮은 투자처로 신종자본증권을 찾는 경우가 많고, 신종자본증권은 리테일(개인영업) 부문에서 수요가 굉장히 탄탄하다"며 "영구채긴 하지만 보통 5년 콜옵션(조기상환) 조건이 붙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만기가 길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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