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환율, 1350원 돌파 '또 연고점'···어디까지?
고삐 풀린 환율, 1350원 돌파 '또 연고점'···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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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긴축 기조' 재확인
'원화 동조' 강한 위안화도 하락
EU 경제 불확실성 우려도 한몫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9.1원 급등한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5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월29일(1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9.1원 급등한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5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월29일(장중 1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29일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하며 하루 새 20원 가까이 뛰었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던진 매파적 발언이 환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데다 위안화 가치 절하도 강(强)달러 지지 재료로 쓰였다.

여기에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EU)의 에너지난 우려까지 지속되자, '외풍'에 원·달러환율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도 환율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9.1원 오른 달러당 1350.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50원대를 찍은 것은 지난 2009년 4월29일(장중 1357.5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장은 전거래일보다 11.2원 급등한 1342.5원으로 시작해 오전 중엔 1340원 후반대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12시25분 기준으로 1350.0원대를 돌파한 뒤 오후 12시32분엔 1350.8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날 환율 급등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주효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잭슨홀 회의에서 경제에 부분적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언급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단행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시장은 연준이 다가오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뿐 아니라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위안화 가치도 큰 폭으로 절하됐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212위안 올린 6.8698위안으로 고시했다. 역외 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때 6.9위안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위안 환율이 6.9위안을 뚫은 것은 지난 2020년 8월26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심화된 점이 이날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위안화 가격이 떨어지면 같이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 봉쇄에다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까지 덮치면서 난관에 봉착한 중국경제는 한동안 위안화 약세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시지 않는 유로지역 경제의 불확실성도 강달러 기조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유로화 가치가 지난 23일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이후에도 초약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급등 현상이 유로화 약세 심리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는 전날(28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러시아의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현황 점검'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의 EU 가스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럴 경우 에너지 수요가 높은 겨울철이 오면 가스 재고가 크게 줄고 물가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이러한 대외 요인에 따라 주말부터 강달러 현상이 예상되자 우리 정부도 장 시작 전부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환율 급등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장은 이 자리에서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소화하는 것과 위안화 약세 영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며 "특히 8월 중순부터 중국 위안화 약세가 강달러 레벨을 높였고 불확실한 유럽 경제 상황까지 복합하게 작용하면서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화 약세 속도가 조절되면 원화도 충분히 숨을 쉴 가능성이 있겠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보다는 달러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강 달러 환경에서 원화 약세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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